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 권한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올해초 정부가 폭력 기물파괴 등 명백한 불법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면 회사측이 근로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겠다고 밝힌 이후 노동운동이 과격화됐던 사실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월급의 50%까지인 가압류 한도를 낮추고 신원보증인에까지 미치는 가압류 범위를 제한하는 한편 대법원에도 가압류 처분결정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근로자들의 잇단 분신·자살이 계기가 됐음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분위기에 따라 정부정책이 계속 오락가락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동계는 1천4백억원을 넘는 사용자측의 손배·가압류가 노동자들의 목을 죄고 있다며 이를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4백억원 규모에 이르는 공공부문 손배·가압류부터 취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파업에 대한 사용자측의 유일한 대응수단을 금지하는 것은 절대 안될 일이다. "외국에도 불법파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제한하거나 민사집행상의 특혜를 인정한 사례가 없다"는 재계의 지적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노조가 불법 행동으로 회사에 피해를 입힐 경우 이를 배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현대차 금속노조파업 등 올들어 계속된 일련의 노동분쟁이 보여주듯 노사관계에서 회사측은 거의 일방적으로 밀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정부는 파업기간중 외부인력 대체근로 허용,파업찬반투표 의결정족수 상향조정,연대·동정 파업 금지 등 회사측 대항권 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사용자측의 유일한 자구수단마저 제한한다면 향후 노동운동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노조에 노동3권이 보장된다면 기업에도 반드시 기업생존권이 보장돼야 한다. 물론 총력투쟁 움직임을 보이는 노동계의 동투(冬鬪)를 서둘러 진화하고 싶어하는 정부의 의중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일시적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원칙을 깨뜨리고 힘의 균형추를 더욱 기울게 해서는 앞으로의 대응에 큰 어려움을 초래할 뿐이다. 손배·가압류 문제는 현 제도를 그대로 두더라도 사법부가 신축적으로 운영하기만 하면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고 본다. 실제 사법부는 이미 가압류 남발방지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간 상태라고 한다. 제도를 바꾸겠다 말겠다 하며 괜히 정부가 나서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지나 않은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