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는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이미지를 지녔다. 편안하고 믿음직스러운 느낌도 준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세련된 30대라는 이미지가 하나의 근사치다. SK텔레콤은 '최고의 이동통신 서비스'라고 자부하는 '스피드 011' 광고 모델로 한석규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는 5년 동안 011의 변함없는 모델로 내세웠다. 한씨도 다른 광고에는 일절 출연하지 않는 '일편단심'으로 화답했다. 이동통신은 손에 잡히지 않는 서비스 상품이란 측면에서 브랜드 로고 못지 않게 광고 모델의 비중이 크다. SK텔레콤은 모델이 여러 광고에 동시에 출연해 이미지가 혼돈되는 문제를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심사숙고 끝에 한씨를 간택했다. 광고대행사인 TBWA코리아의 권태규 차장은 "한석규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배우"라며 "출연 광고에도 애정을 갖고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애썼다"고 말한다. 그 결과 "한석규만 봐도 011이 생각난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씨의 011 광고가 나오지 않는 지금도 '한석규=011'이란 연상효과는 지속되고 있다. SK텔레콤은 011 광고에서 한석규의 지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활용했다. 2001년에는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에는 잠시 꺼두어도 좋습니다'라는 카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월드컵 때는 광고를 통해 붉은악마의 응원방식(짜작작 짝짝,"대∼한민국")을 전 국민에게 가르쳤다. 현재 방영되는 '모네타'편에서는 휴대폰으로 대금을 결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석규의 011 광고는 스타 마케팅 조사 결과 신뢰 영향력 부문에서 안성기의 맥심 광고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구매욕구 영향력에서는 7위,호감 영향력에서는 9위에 올랐다. 1,2년 전에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는 의미다. 또 '한석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광고는 '스피드 011'이란 응답이 43%나 됐다. 그가 출연한 맥심(19.5%),엑스캔버스(10.5%) 광고에 비해 월등히 높다. 출연광고 인지도에서는 응답자의 88.5%가 '스피드 011'을 꼽았다. 가장 어울리는 광고 역시 '스피드 011'이란 응답이 53%를 차지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