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회계기준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점포 안에서 발생한 모든 매출을 그 백화점의 매출로 잡아야 한다는 '총매출론'과 입점업체가 내는 수수료(총매출액의 30∼40%)만 계상해야 한다는 '순매출론'이 맞서고 있다. 백화점 회계기준이 갑자기 논란거리로 떠오른 것은 올 상반기에 금융감독원이 회계 기준을 순매출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총매출론이든 순매출론이든 각기 논리적 근거는 있다. 총매출론자들은 소비자 복지와 제조업에 대한 기여를 강조한다. 소비자 피해보상,사은품 증정,카드 결제 등이 백화점 이름으로,백화점 책임 아래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점업체에 맡겨두면 소비자 복지는 나빠진다는 주장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번화가에 매장을 내는 것보다 백화점에 들어가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한국백화점협회 고인식 전무는 "백화점은 엄연한 판매 주체이며 매장을 단순히 빌려주거나 분양하는 부동산 임대업자와는 명백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순매출론자들의 반박도 만만찮다. 우선 총매출은 '허수'라고 꼬집는다.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이정희 교수는 "총매출에는 거품이 끼어 있어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투자자들은 기업가치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고 말했다. 순매출론자들은 백화점의 경우 자기 책임으로 물건을 사고,가격을 책정하고,재고를 해소하는 머천다이징(상품 기획·매입·판매·재고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것) 능력이 부족해 궁극적으론 소비자 복지와 산업에 대한 기여도 미약하다는 논리를 편다. 한마디로 순매출론은 '이상'에,총매출론은 '현실'에 무게를 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논란의 근원은 한국 백화점의 특수성에 있다. 미국·유럽 백화점의 '직매입'과 일본 백화점의 '특정매입',여기에 임대매장까지 혼합한 '퓨전형'이기 때문이다. 비단 백화점 회계기준뿐만 아니라 모든 사안에서 현실과 이상의 조화가 필요하다. 분배를 소리 높여 외치던 참여정부 초기의 분위기가 성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백화점 회계기준 역시 이상을 향한 '점진적인 개선'이 바람직하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