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중견업체 천호식품을 운영하는 김영식 회장(52)은 요즘 기업체 사장들에게 강연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그는 식품사업을 하면서 다른 업종에 손을 대 실패한 후 다시 식품으로 화려하게 재기해 집중을 강조하는 '한우물론자'다. 아무리 불황이더라도 집중하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그는 대학 최고경영자과정 등에서 초청이 잇따라 벌써 50회 강연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17일 부경대 최고경영자과정.격변기 CEO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나선 그가 무일푼에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이야기할 땐 기침소리조차 멎을 정도로 청강생들은 눈과 귀를 집중했다. 김 회장은 원래 의료기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89년 교통사고로 팔꿈치 뼈를 다쳐 '달팽이를 달여 먹으면 나을 것'이라는 친구 한의사의 권유로 그대로 해 효험을 얻게 되자 달팽이 진액 식품사업을 시작했다. 92∼93년 2년동안 50억원을 번 그는 94년 부산에서 현금 보유액 1백위 안에 들 정도였다고 한다. 짧은 기간에 성공을 거둔 그는 무슨 사업이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은행 돈까지 빌려 건설업 체인업 등 신규사업에 마구 뛰어들었다. 그러나 시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외환위기마저 겹쳐 자금은 순식간에 쪼들리기 시작했고 공장과 집은 모두 경매로 넘어갔다. "4천∼5천원짜리 점심 한끼 사먹을 돈이 없어 라면으로 하루를 때우기도 했습니다. 서울 사무실 9층에서 떨어져 죽을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떠올라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김 회장은 대리점 판매를 없애고 완전 직판형식으로 영업패턴을 바꿨다. 그리고 매일 새벽과 저녁 서울 강남역 지하도를 돌며 새로 개발한 쑥제품 전단지를 돌렸다.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쑥색으로 맞추고,버리는 전단지는 다시 주워 사용했다. '못팔면 죽는다'는 각오로.1주,2주가 지나자 한두건씩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간 마진이 없어 가격도 내릴 수 있었다.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산수유'제품을 보내 답장이 온 것을 광고로 활용하기도 했다. 직판영업을 한 지 1년이 지나자 23억원의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 지난해는 2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초엔 서울 역삼동에 7층짜리 사옥도 마련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품질경쟁력 우수 5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 휴대전화를 열면 '천호식품,일본 공략'이란 저의 목표가 써 있습니다. 목표만을 생각하고 모든 행동을 거기에 맞춥니다." 김 회장은 "지금이 '불경기다''IMF 때보다 어렵다'고 하는 것은 자기 변명에 불과하다"며 "사업을 하는 사람은 항상 위기 속에도 기회를 포착하는 눈이 있어야 하고,목표가 섰으면 바로 행동에 옮겨야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