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 가능성이 높아지자 세계경제가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금리인상을 주장한데 이어 잉글랜드은행 이사회에서 금리인상 지지파가 과반수에 육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당장 파운드화 대비 달러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세계 주요증시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증시도 종합주가지수가 751.14로 3.3%나 급락하는 등 크게 출렁였다.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 장세가 끝나리라고 판단한 기관투자가들이 프로그램 매물을 대량으로 쏟아냈기 때문이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도 전에 이렇게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걸 보면, 저금리 기조를 바꾸는 건 시기상조임이 분명하다. 경기상승세가 비교적 강하다는 미국경제의 경우도 설비투자와 고용사정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어 미 연준리(FRB)가 아직 경기회복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는 한편으로,부동산 거품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 처지에서는 정책 선택의 폭이 더욱 좁은 게 사실이다. 기록적인 초저금리 탓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모처럼 살아나던 경기상승세가 꺾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시중 부동자금을 흡수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금리인상을 용인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의 대응이 조심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금리상승 속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완만한 금리상승은 거품을 빼고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지만,급격히 상승할 경우 자칫 거품파열을 촉발해 경제전반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신용불량자 수가 수백만명에 달하고 산업경쟁력도 취약한 현실을 감안하면, 거품붕괴로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정부는 금리상승 속도를 가급적 완만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디. 또한 금리상승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동시에 경기회복을 앞당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가계부실 정리를 서두르는 한편,금융·기업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옳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이 불안하고 환율이 급변하는 등 경제 안정기반을 위협하는 요인이 안팎으로 적지 않은 만큼, 정책당국은 금리상승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