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마저 진로에 함락되나.


강원도 소주시장 터줏대감인 두산이 지역주민들과의 마찰로 비틀거리는 사이 진로가 점유율을 50%선까지 끌어올려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두산이 연말까지 버티기 힘들 것이란 얘기까지 나돈다.


◆무기력한 '산'소주


강원도는 원래 두산 '산'소주의 영지다.


지역소주(일명 자도주) 보호정책에 따라 '경월'의 적통을 이은 두산이 강원도의 맹주로 군림했다.


지난 93년 두산이 경월소주를 인수한 후 진로의 힘은 미미했다.


98년 두산과 진로의 점유율은 88.0% 대 10.6%.


진로는 적수가 될 수 없었다.


99년에도 84.2% 대 15.0%였다.


전황이 급변한 것은 2000년.


양사의 점유율이 갑자기 진로 42.0% 대 두산 57.6%로 달라졌다.


진로가 속초 강릉 원주 등 핵심지역에서 세를 넓혀 수직상승한 반면 두산은 수직하락했다.


2001년에는 47.5% 대 52.3%로 비슷해졌다.


2002년에는 두산이 반격에 나서 진로의 점유율을 41.4%로 떨어뜨리고 자사 점유율을 58.6%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다시 악화됐다.


지난 8월 진로와 두산의 세력 판도는 49.6% 대 50.4%.


양사의 점유율이 역전되기 직전이다.


◆왜 이렇게 됐나


업계는 두산 '산'의 약세 이유를 강원도의 특수성과 두산의 마케팅 실패에서 찾는다.


강원도는 지역특성상 진로의 영업사원이 침투하기 쉬웠다는 것.


진로측은 "참이슬 맛에 익숙한 서울 수도권 인구가 강원도 지역에 휴가를 가서 참이슬을 많이 찾은 게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수도권 고객이 참이슬을 찾자 강원도 업소들도 물건을 갖춰놓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주5일 근무제 확산도 진로 도약에 한몫을 했다.


두산이 강원도 주민을 위한 골프장 건설 약속을 지키지 못해 불만을 산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경포컨트리클럽을 짓기로 했다가 사정상 다른 기업에 넘겼는데 지역의회가 이를 문제삼아 불매운동을 펼치는 바람에 타격을 입었다.


두산이 경월을 인수한 후 제품개발과 지역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도 있다.


두산은 경월 그린소주 이후 미소주 뉴그린 등의 신제품을 개발했으나 강원도 애주가들의 입맛을 잡는 데 실패했다.


지방소주업계 한 관계자는 "강원도 상황은 3년 전 전북의 하이트소주가 당할 때와 비슷하다"면서 "두산측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강원도도 참이슬에 젖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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