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화와는 거리가 먼 듯한 건설업계에 문화를 강조하는 기업인이 있다. 예술인을 후원하는 외에 아침조회 시간에 시를 낭송하거나 권장도서의 독후감을 낭송토록 해 부드러운 근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우림건설의 심영섭 사장(48). 도급순위 1백20위권 중견 건설업체의 수장(首長)인 그는 창작뮤지컬 국악 등 공연 예술 프로젝트를 직·간접 후원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 수출된 비언어공연 '난타'로 유명한 ㈜PMC프로덕션도 심 사장의 도움을 받았다. 원래 강남구 청담동에 난타 전용극장을 운영하고 있던 PMC가 강북에 새로운 극장을 마련,강남을 떠나야 할 상황에 놓이자 이 회사 사장인 송승환씨와 인연을 맺고있던 심 사장이 발벗고 나선 것. 우림건설은 연 1억원 정도 수준인 극장임대료를 대신 내주고,수억원의 추가비용도 들여 리모델링까지 해 강남극장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같은 인연으로 이 극장은 지난 7월 '우림청담씨어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심 사장은 회사 문화를 강조한다. 감성경영이라는 수식어도 곧 잘 붙는다. 그는 월례조회 때 직원들의 시 낭송 및 추천도서 독후감 낭독 순서 등을 마련해 긴장된 분위기로 흐르기 쉬운 조회를 즐겁고 유쾌한 행사로 바꿔놨다. 또 임직원이 1주일 중 하루를 골라 출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컷 늦잠을 잘 수 있도록 '게으름의 날'도 만들었다. "전직(轉職)이 일반화돼 있는 건설업계 특성상 회사의 비전을 공유해야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직원들이) 자기가 선택한 길에서 즐겁게 최선을 다하고 지적갈등도 해소할 수 있는 '지식형 건설회사'를 만들고 싶어요.제가 이해하는 '펀(Fun)' 경영이란 바로 이런 뜻이죠."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