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의 연체채권이 국내 금융사에 팔리면 신용불량기록이 그대로 유지되는 반면 외국 금융사에 팔리면 기록이 해제되고 있어 신용불량자간 형평성 논란과 통계부실화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국계 펀드에 팔리는 연체채권은 신용불량 기록에서 해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신용불량자들 사이에서는 '갚지 말고 버티고 보자'는 식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도 나타나고 있다. ◆ 외국계에 팔리면 삭제되는 신용불량기록 =현행 신용불량기록 등록 규정상 연체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사가 이 채권을 외국계 금융사에 매각하면 그 즉시 신용불량기록이 해제된다. 반면 연체채권을 다른 국내 금융사나 자산관리공사에 팔면 신용불량기록은 그대로 남는다. 단 신용불량기록을 등록한 금융사가 연체채권을 매입한 곳으로 2∼6개월 후 바뀔 뿐이다. 신용불량자 입장에선 자신의 연체채권이 어느 국적의 금융사에 팔리냐에 따라 신용불량기록이 남아 있거나 해제되는 셈이다. 지난 97년부터 올 7월말까지 론스타 GE캐피털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금융사들은 총 6조3천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매입했다. 외국계 금융사들의 연체채권 매입규모에 비례해 신용불량기록이 그만큼 해제된 셈이다. ◆ 신용불량자수 왜곡 =지난 8월말 현재 신용불량자수는 총 3백41만2천5백명. 하지만 금융계는 외국계 회사들의 부실채권 매입으로 누락된 신용불량 기록이 최소 20만건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용불량 해제 기준의 '이중 잣대'로 인해 금융사별 신용불량자수도 왜곡되고 있다. 지난 8월말 현재 총 87만명의 신용불량자를 등록한 LG카드 관계자는 "지난 6∼8월 중 자산관리공사에 연체채권 9천5백억원 어치를 매각했다"며 "만약 연체채권을 자산관리공사가 아닌 론스타에 팔았다면 8월말 신용불량자수가 58만명으로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모럴해저드 부추겨 =연체채권이 외국계 금융사에 팔려 신용불량기록이 해제된 사람은 통상 2년을 기다리면 연체금 상환여부에 관계없이 신용불량기록이 삭제된다. '원칙적으로' 정상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연체채권이 국내 금융사에 팔린 신용불량자는 연체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야만 신용불량기록이 해제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연체채권 매각처에 따라 신용불량기록 해제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일부 신용불량자의 경우 연체채권이 외국계 금융사에 팔리기를 기대하며 빚을 갚지않고 버티는 모럴해저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