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시장에 'IMF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불황상품'인 소주만 잘 팔릴 뿐 맥주와 위스키 소비는 작년에 비해 급격히 줄고 있다.


맥주 위스키 소비가 전년에 비해 줄기는 IMF 외환위기 정점이던 199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주류업계는 소비 감소세가 하반기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점을 들어 내년에 본격적으로 'IMF형 불황'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위스키 '최대 피해'=위스키 소비 감소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지난 9월 위스키 판매량은 업체에 따라 적게는 45%,많게는 72%나 줄었다.


'위스키 공화국'이란 말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시바스리갈 등을 파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달 위스키 9천7백12상자(1상자는 5백ml짜리 18병)를 파는 데 그쳤다.


1만상자를 밑도는 수치다.


3만5천1백61상자를 팔았던 8월에 비해 무려 72.4%나 줄었다.


2위 업체 진로발렌타인스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판매량은 4만5백96상자.


전달(10만3천7백91상자)에 비해 60.9% 감소했다.


이 회사는 이로 인해 9월말까지 누적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의 89만5천5백56상자보다 12.4% 줄어든 78만4천4백19상자에 머물렀다.


선두 업체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달 5만9천7백73상자를 팔았다.


8월(11만29상자)보다 45.7% 적다.


진로발렌타인스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아 정확하진 않지만 올 들어 9월 말까지 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6% 이상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무엇보다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감소한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98년 이후 매년 판매량이 증가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위스키 판매량은 2백29만6천상자로 작년 같은 기간의 2백31만9천상자에 비해 1%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 울고,소주 웃고=맥주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판매량이 감소하는 불경기를 겪고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맥주 출고량은 1억3천4백78만여상자.


작년 같은 기간에 기록한 1억3천9백87만여상자(1상자는 5백ml짜리 20병)에 비해 3.6% 줄었다.


하이트는 2.7%,오비맥주는 4.8%가 각각 감소했다.


맥주 판매량은 외환위기를 한창 겪던 98년에 전년 대비 12.9% 줄어든 이후 해마다 2∼11%씩 증가했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불황에다 비오고 흐린 날이 많아 5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며 "도무지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소주는 웃고 있다.


불황일수록 잘 팔리는 경향이 있는 소주는 8월 말 현재 6천3백60여만상자(1상자는 3백60ml짜리 30병)가 팔렸다.


6천46만여상자였던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나 더 팔렸다.


진로 관계자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국내에 골치 아픈 일이 많은 탓에 소주를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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