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 < 삼성전자 부회장 > 과거 2백년을 돌아보면 인류 역사의 변화를 이끈 것은 도구의 발명이라 할 수 있다. 농경시대의 원시도구나 정보시대의 디지털도구는 모두 한 시대를 주도하며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육성한 국가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았다. 영국은 산업화가 가장 빨랐지만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주도권을 미국에 빼앗겼다. 기업도 변화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IBM은 사무용 컴퓨터로 전세계를 장악하다가 PC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했으나 최근 IT 서비스 회사로 재도약했다. 포드는 자동차 1위 업체였으나 시대 변화에 따른 소비자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지금은 만년 2위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재 세계는 디지털 시대로의 진입이라는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 기술은 1960∼90년대 컴퓨터 통신 등 각종 디바이스의 디지털화, 2000년대의 디바이스 통합(컨버전스)에 이어 2006년 이후에는 네트워크 통합 단계로 접어들 전망이다. 네트워크 통합 시대에는 통신과 방송 서비스가 통합되고 홈 오피스 모바일 등 다양한 환경을 위한 기기들이 통합될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기존 산업은 물론 기업의 영역까지도 붕괴시키고 있다. 휴대폰 게임 및 결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와 카드사가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방송과 통신, 은행과 금융,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등 전 분야에서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어떠한 대응이 필요할까. 우선 정부는 기업들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법 등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 학계도 환경의 변화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써야 한다. 기업들은 산업의 주도권이 소비자로 이동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산업계와 소비자의 요구 사이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소비자 지향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발 앞서 앞날을 준비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바로 기술 경영인들의 몫이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