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것만 골라 구매하는 불황기 소비 패턴이 굳어지고 있다. 가격 중심의 '타깃 쇼핑'이 확산되면서 '쿠폰족' '전단족'이 매장을 휩쓸고 있다. 이달 초 특가판매를 시작한 할인점에서는 문을 열자마자 20여개 상품이 동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세일이 한창인 백화점 식품매장에서도 쿠폰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공짜 사은품이 순식간에 소진됐다. 지난 4일 아침 서울 상암경기장 내 까르푸 월드컵몰점. 문을 열기도 전에 정문 앞에 2백여명의 고객이 길게 줄을 섰다. 까르푸가 창사 40주년 기념으로 전국 26개 매장에서 1천여개 품목을 40% 이상 싸게 팔기로 하자 이들 상품을 사려고 몰려든 고객들이다. 20쪽짜리 전단을 손에 든 '전단족'도 눈에 띄었다. 아침부터 알뜰쇼핑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월드컵몰점에서는 일찌감치 동나는 품목이 속출했다. 40% 할인된 메모리폼 베개는 3시간 만에 4백개가 모두 팔렸다. 평소 1만원 안팎이던 은갈치(4마리·6천5백원)도 오전에 동이 났다. 하루 판매량이 평소의 10∼2백배나 되는 상품도 많았다. 스프라이트(1.5ℓ·5백50원)의 경우 45배가 판매됐다. 하루 4대 팔리던 삼성 21인치 '명품 플러스' TV(11만9천원)는 가격을 7만원 정도 내리자 3,4일에만 1백30여대가 나갔다. 행사 상품을 대량으로 사가는 사재기 현상도 나타났다. '하이포크팜'(2백g?6캔·6천6백원)은 정상가(1만1천원)에 팔 때보다 5배 이상 팔렸다. '알뜰세제 알뜨랑'(4㎏·3천9백90원)은 판매량이 평소의 2백배나 됐고 9백90원짜리 생닭은 1천2백43마리나 팔렸다. 월드컵몰점의 이봉진 점장은 "얼마 전까지는 전단행사를 열면 다른 상품 매출도 덩달아 늘었는데 불황이 심해진 탓인지 전단에 나온 상품만 골라 사가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다른 25개 매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는 쿠폰상품이 많은 식품매장에 고객이 몰렸다. 상류층 밀집지역인 강남도 예외가 아니다. 쿠폰을 오려 가져오는 '쿠폰족'이 늘면서 쿠폰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세일을 앞두고 쿠폰북 10만부를 발송한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할인점보다 싸게 내놓은 쿠폰상품이 평소보다 20배 이상 팔렸다. 델몬트 콜드 오렌지(9백50ml·1천7백원)는 평소의 20배 수준인 하루 6백개가 팔렸고 섬유유연제 비트(3.05㎏·6천3백원)도 평소보다 10배 이상 많은 하루 2백50개 정도가 소진됐다. 나성권 식품 매니저는 "쌓아 놓고 쓸 수 있는 생활용품의 경우 서너개씩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병주 가전 매니저도 "여러 백화점의 쿠폰북을 모두 펼쳐 놓고 서로 상의하면서 구매하는 주부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백화점이 10만원 정도 할인해 내놓은 삼성전자 세탁기(10㎏) 30대는 세일 둘째날 모두 팔렸다. 아파트촌이 밀집한 상권에 있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는 숙녀복 브랜드 'ENC'가 공짜로 나눠준 미니 화장품 가방 1천개가 세일 첫날 오전에 모두 동났다. 쿠폰을 오려온 고객들은 문을 열자마자 길게 줄을 서 가방을 받아갔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