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리는 세계기술경영자포럼의 개막식에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59)이 한국을 대표해 기조연설을 한다. 그는 '패러다임 전환기의 우리의 도전'이란 주제로 디지털정보화 시대의 국가와 기업 역할에 대해 발표한다. '기술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궈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한국의 간판 테크노 CEO인 윤 부회장이 세계기술경영자포럼에 던지는 메시지를 소개한다. -세계기술경영자포럼에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한국경제신문이 '스트롱 코리아'캠페인의 일환으로 세계기술경영자포럼을 개최해 한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열정을 대외에 널리 알리고 국내에도 국민적 관심도를 높인 데 대해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서 뜻 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가 미래의 CTO,CEO가 될 많은 이공계 학생들과 기업연구원들에게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교육의지를 보여주는 행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기술과 경영 마인드를 겸비한 기술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수천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사회나 국가는 산업과 경제가 발전하지 못했고 경제가 발전하지 못한 나라는 부유하고 강한 나라가 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과학기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매우 중요하며 기업이나 국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가오는 시대는 새로운 과학기술 혁신에 의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크게 변화할 것입니다. 이러한 급변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술의 흐름을 정확히 알고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예측능력은 기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보다 쉽게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기술자 CEO'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며 국가를 경영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기업에서 최고 기술경영자가 늘고 있지만 이공계 출신이 CEO 자리에 오르기는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개선 방안은 무엇입니까. "몇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산업화의 역사 측면에서 보면 우리 나라는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 산업화의 역사가 매우 짧습니다. 고속으로 단기간에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기술투자보다는 선진국 모방 또는 기술도입에 의존했습니다. 당시에는 자금조달 및 관리,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에 대응하는 것이 경영에서 중요한 사항이었습니다. 그 결과 기업에서 이공계 경영자보다는 인문사회계 경영자가 중시되었던 것 같습니다. 기술자 자신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경영은 기술뿐 아니라 여러 가지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것인데 기술자들이 너무 기술에만 치중해 시야를 넓히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조직내 인사관리도 문제입니다. 최근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기술자들이 기술개발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기술개발만 시키고 다른 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폭넓은 경험을 쌓지 못해 잠재력 있는 사람도 경영자로 크지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조직에서 기술자의 수가 적었던 탓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한국에 뿌리 깊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유교적 가치관입니다. 아직도 이런 것이 우리 사회에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같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기술자 개개인의 노력과 기업의 인력관리 제도 개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정부 기업 학교 학부모 등 우리 사회 전체가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맞는 정책,제도 등을 수립해 실천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정부는 신성장동력을 선정했습니다만 앞으로 기업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기술을 꼽는다면. "최근 정부에서 차세대 10대 성장엔진을 선정하고 적극적인 육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 따른 차세대 산업 육성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간과하면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기존 산업 중에도 우리가 강점을 갖는 분야는 더욱 강화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존에 강한 부분은 경쟁력을 높여 고급화,고부가가치화한다면 얼마든지 성장엔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발이나 섬유 같은 예를 보면 산업으로는 성숙기에 있고 심지어 쇠퇴기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키(Nike)나 휠라(Fila)같은 회사는 제품을 고급화해 지속 성장하고 있고 부가가치도 많이 내고 있습니다. 기계 화학 철강 조선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기계는 미래형자동차,정밀 가공기기 등이 유망하고 화학은 정밀화학,전자재료,의약부문 등이 그렇습니다. 이 분야에는 지금도 세계 초일류 기업이 아주 많습니다. 철강 조선도 고급화하고 고부가가치화하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을 해 오면서 기술경영자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경험이 있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경영을 하면서 늘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우수한 인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것은 10여년 전이었습니다. 산업과 제품이 첨단화되고 필요한 기술들이 고도화됨에 따라 이같은 기술을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우수한 기술자가 없으면 확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앞으로 기술을 살 수 있는 화폐는 기술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까 돈을 주어도 기술을 주지 않습니다. 오직 대등한 기술이 있어야 크로스라이선스 등으로 공유할 수 있을 뿐입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매우 빠른 속도의 기술변화에 대응해야 하며,특히 경영에서의 리스크도 커졌습니다. 따라서 많이 아는 기술 경영자도 중요하지만 경영환경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영자가 더욱 필요합니다." -삼성전자가 기술경영자를 중용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미래의 변화는 워낙 크고 빨라서 예측을 하고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는 변화를 읽고 그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의 확보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산업에 있어 기술은 가장 중요한 경영자원 중 하나입니다.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로 기술개발,제조역량,품질,디자인 등 기술중시경영을 계속해 왔습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