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 지역 대학생들이 동아시아의 협력을 논의하는 포럼이 서울에서 열렸다. 필자는 동아시아의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분과에 좌장으로 초청받아 지역 청년들이 갖고 있는 지역 경제협력에 대한 현실인식과 미래의 포부를 경청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주제였던 그 자리에서 발표와 토론을 통해서 그들이 도달한 결론은 한·중·일 FTA는 어렵더라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중국 일본 각국이 자국의 비교우위 분야를 선택,집중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가속화되는 글로벌 경쟁의 파고를 넘기 힘겨울거라는 공통된 인식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세안(ASEAN)+3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것을 계기로 동아시아 지역의 FTA 논의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참여정부가 내걸고 있는 중요 과제 가운데 하나가 '동북아 허브'이고,노 대통령은 한국경제 성장의 활로를 뚫기 위해서 중국 특수를 강조한 바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한·중·일 FTA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과제다. 지구상에 한·중·일처럼 긴밀한 무역투자 관계를 맺은 국가끼리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 미국-캐나다,멕시코-미국,서구 유럽국가들,호주-뉴질랜드,브라질-아르헨티나 등. 한·중·일 3국이 FTA를 체결할 경우 15억 인구를 묶는 단일경제권,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권이 탄생한다. 이미 우리 청년학도들도 꿰뚫어 보았던 규모의 경제효과 극대화,각국 경제의 효율성 증대,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의 정치적 유대 강화는 긍정적 효과다. 3국 서비스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은 특히 중요하다. 각국 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농업과 제조업을 합친 것보다 큰 데 반해 효율성은 서방 선진경제권에 비해 처져 있는데,궁극적으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경제성장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되어 있다. 밝은 곳이 있으면 그늘이 있게 마련.경제통합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뒤지는 산업은 가혹한 구조조정의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열세에 처한 한국 일본의 농업은 중국 농업과 경쟁해야 하고,과잉투자된 중국 제조업은 한국 일본과 경쟁해야 한다. '창조적 파괴'의 거대한 역동성이 한·중·일 3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다. 혹자는 한·일 FTA가 이제 막 논의되는 단계에서 한·중·일 FTA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주요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ASEAN의 중요성과 중국이 ASEAN과의 FTA를 급속히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중·일 FTA를 통해 ASEAN에 접근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한·중·일 FTA는 단순한 경제통합 이상의 정치·경제 통합을 추진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어떻게 하면 FTA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지 검토하고 각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의 구조조정을 앞서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허용해야 하므로 한·중·일 FTA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제조업 위주의 경제성장에서 서비스산업 효율성 강화 등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단계에서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FTA 추진 환경은 참담하다. 칠레와의 FTA 협상 과정에서 겪었던 농민 설득 실패,정부 부처간의 파행적 공조,국회 비준 지연,정치적 리더십 실종 등은 과연 한국이 FTA를 추진하고 이행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2005년말 께에는 3백여개 FTA가 발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현실에서 FTA의 첫 걸음도 제대로 못 옮기고 있는 한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심각하다. FTA는 선진국끼리만 하는 것도 아니고,모든 경제 분야가 경쟁력을 완비한 국가만 추진하는 것도 아니며,경제력이 대등한 국가끼리만 짝짓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한·중·일 FTA는 21세기 한국경제 성장의 핵심 전략중 하나로 자리매김되어야 마땅하다. byc@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