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사, 저축은행 등에서 보험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됐다. 첫 한 달의 판매실적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각종 부작용이나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나타나 일부에선 도입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 =지난달 3일부터 방카슈랑스 상품이 판매된 이후 29일까지 6만4천3백80건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별로는 은행에서 6만3천7백99건, 증권사 4백57건, 상호저축은행 1백24건 등으로 은행창구 판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초회보험료는 3천7백27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은행에서 거둬들인 보험료가 3천7백24억원으로 전체의 99.9%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방카슈랑스 시행 초기이고 9월 중 추석연휴가 길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방카슈랑스 판매실적은 월평균 5천억원 안팎(초회보험료 기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교보생명의 월 보험료(7월 기준 6천2백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 판매경쟁 혼탁 =하지만 판매실적의 내용을 곰곰 따져보면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일부 중소형 및 외국계 생보사는 시장선점을 위해 은행에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주거나 저축성보험의 금리를 너무 높게 제시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모 생보사는 일반 상품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연 6%의 금리를 적용하는 저축성보험도 판매하고 있다. 은행들도 수수료 수입확대를 겨냥해 지점간 실적 경쟁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억원을 대출할 때 얻는 이익보다 보험상품을 1억원어치 판매해 받는 수수료 수입이 20배가량 많다"며 "방카슈랑스 실적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보험료 인하효과도 미미 =당초 방카슈랑스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보험료가 5∼10%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설계사 채널 상품과 다를 바 없는 상품을 '방카슈랑스 상품'이라고 포장만 바꾼채 내놓았다. 일부 중소형 회사만 보험료를 낮췄지만 그 폭도 기대에 못미쳤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은 저축성보험의 비과세혜택(7년 이상 유지시)만 부각시키며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향후 판매경쟁이 가열될 경우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더 많이 책정한 상품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이럴 땐 보험료가 내려가기보다 오히려 올라가는 부작용도 생길 소지가 있다. 생보사의 상품개발담당 관계자는 "벌써 은행으로부터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고 있다"며 "방카슈랑스가 자칫하면 금융시장의 골칫거리가 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