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메카로 불리는 대덕연구단지가 30돌을 맞이했다. 지난 73년 '과학기술 입국'이라는 기치아래 의욕적으로 착수했던 것이 바로 대덕연구단지이고 보면 이곳의 현주소는 곧 우리나라 전체 과학기술의 현주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대덕연구단지가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을 말하는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는 평가다. 돌이켜 보면 대덕연구단지가 출범할 당시의 과학기술 여건은 지금보다 훨씬 척박했다. 정부가 정부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대덕에 물리적 집적을 시도할 때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산업을 이끄는 반도체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는 물론이고 팩티브 등 국산 신약에 이르기까지 개발과정에서 대덕연구단지를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거둔 성과는 평가해야 마땅하다. 더욱이 90년대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에 자극받아 각국이 유사한 거점 조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대덕연구단지를 국내 대표적 연구개발 거점으로 육성해 놨다는 것 자체도 큰 성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대덕연구단지는 연구개발뿐 아니라 상업화도 동시에 활발히 일어나는 명실상부한 기술혁신의 거점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실리콘밸리를 비롯 선진국의 성공적인 혁신거점들과 비교하면 대덕연구단지의 가장 약한 부분이 바로 상업화와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대덕연구단지 3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술과 비즈니스를 연결할 상업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윌리엄 밀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산학연 네트워크 없는 연구단지는 부동산에 불과할 뿐이다"(말콤 페리 영국 사이언스파크협회장)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대덕연구단지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덧붙여 대덕연구단지에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국제화다. 사실 국제적으로 성공적인 혁신거점은 예외없이 외국인 기업과 연구소 유치에도 성공했다. 각국이 혁신거점을 내세워 치열한 외국인투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동이 자유로운 지금 다국적 기업들이 선호할 만한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선 세계적인 혁신거점은 물론 동북아 혁신거점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대덕연구단지의 이런 과제는 차세대 성장동력 창출,동북아 연구개발 허브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전체 과학기술의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