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대다수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매미'급 태풍들이 잇따라 업계를 휩쓸어 버렸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하다는 불황이 첫번째 태풍이다. 가맹점들이 매출 감소를 견디다 못해 문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반면 창업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대구 동성로에서 액세서리 장사를 하는 L사장은 "작년 월드컵 직전에 비하면 매출이 절반에 불과하다"며 "하루하루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태풍은 고강도 세무조사.상위권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와 세금 추징은 KO펀치나 다름없었다. 적게는 수천만원,많게는 수십억원을 추징당한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불황 속에 세금까지 추징당하니 더이상 버틸 기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를 경영하는 B사장은 세금 추징을 당한 후 "사업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른바 '폐업희망증후군'이다. 이 회사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나 가공기술 조직관리 사원복지 투명경영 등 모든 면에서 인정받는 모범적인 프랜차이즈 업체다. 세금 추징의 빌미는 협력업체와 가맹점들의 세금계산서 누락이었다. 영세한 협력업체와 가맹점들의 '원죄'를 본사가 뒤집어 쓴 셈이다. '폐업희망증후군'은 프랜차이즈 기업인들 모임에서 강한 전염성을 보였다. C사장이 세무조사 얘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두달 동안 회사 사무실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지요. 본사가 아무리 투명해도 우리 업계 현실상 세금 추징은 피하기 어렵잖아요.문제는 타이밍인데,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이때 꼭 세무조사를 해야 합니까?" 50대 D사장이 말을 받았다. "2선으로 물러날 때가 된 것 같아요.노후 준비는 해 놨거든요.이젠 공무원이나 정치인들 '봉'노릇 하는 것도 신물이 납니다."E사장이 맞장구를 쳤다. "제조업이 해외로 다 나가고 나면 뭘 해서 먹고 삽니까.프랜차이즈밖에 없잖아요. 직원과 가맹점주 식구들까지 수천명 먹여 살리려고 밤낮 고민하는데… 도와주진 못할 망정 사업의욕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겁니까?"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