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비중을 전체 매출의 50% 이하로 낮춰야 하는 시한을 내년말에서 오는 2007년말로 3년간 늦추고,적기시정조치 발동요건인 연체율 10% 기준도 완화하기로 한 정부조치는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정대로라면 내년말까지 20조원에 가까운 현금서비스를 줄여야 하는데,이를 강행할 경우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가 한층 더 얼어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심되는 데다,정책일관성 상실로 공연히 혼란만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조치가 일종의 경기대책이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그런 억측이 나돌게 한 정부시책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카드사들의 부실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8월말 현재 신용불량자 수는 사상 최대로 3백41만명을 넘었으며,전업카드사들의 올 2·4분기중 현금서비스 비중도 61.0%에 달해 1·4분기의 53.5%는 물론 작년 2·4분기의 60.4%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평균 10% 수준인 연체율도 16조원에 육박하는 대환대출을 감안하면 30∼40%로 올라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 경영개선 조치를 시행한지 채 반년도 되지 않은 지금 갑자기 감독기준을 완화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정책변경 시기도 문제다. 당초 경기부양을 촉진하기 위해 카드한도를 마구 풀고 방만한 경영을 눈감아준 것부터가 잘못이지만, 문제가 심각해지자 각종 규제를 소나기처럼 강화하는 바람에 카드사들은 감독기준에 맞추기 위해 멀쩡한 자산까지 허겁지겁 팔아치웠다. 그런데 이제와서 시한을 연장하고 연체율 기준을 완화하겠다니 카드사들은 솔직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종잡을 수 없을 자경이다. 경기가 안좋아 규제를 완화해도 카드대출이 늘어날리 없으니 이참에 선심이나 쓰자는 속셈이라면, 이 또한 얄팍한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