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고객을 위한 금융상품은 따로 있다.' 최저 가입액이 수백만∼수천만원인 금융상품들이 거액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보통 목돈을 한꺼번에 예치하기 때문에 금리가 그만큼 높은 편이다. 고금리 시절 1년 이상 장기 투자가 부자 고객들의 투자 패턴이었다면 지금은 자금을 짧게 굴리는 사람들이 많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투신권의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국공채 MMF는 국공채나 통화안정증권 등에 주로 운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수익률도 연 3.6% 수준으로 괜찮은 편이다. ◆ 고금리 확정형 상품 =후순위 채권은 분리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특히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들이 가입할 만하다. 보통 5년 이상 장기이므로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보다 1.5%포인트가량 높다. 매달 또는 3개월 단위로 이자를 지급받거나 만기에 일시에 받을 수도 있다. 퇴직자가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리는데 적합하다. 다만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중도해지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국공채 분리과세신탁은 자산의 80% 이상을 국공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이다. 가입 후 1년만 지나면 분리과세를 신청할 수 있다. 연간 금융소득이 4천만원 이상인 종합과세 대상자가 가입하면 유리하다. 특정금전신탁도 유망하다. 발행회사나 기간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지만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보다 1∼3%포인트 정도 수익률이 높게 나오는게 보통이다. 대개 3천만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 3개월가량 단기 투자도 가능하다. ◆ 실적배당형 상품 =올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 해외채권펀드다. 지난 7∼8월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수익률이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현재 플러스로 돌아선 상태다. 최소 3개월 이상 투자해야 하며 선물환계약을 맺을 경우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을 막을 수 있다. 연 2% 가량의 선물환 프리미엄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펀드 수익률이 정기예금 수준으로만 나와 줘도 이익이다. 선물환 차익에 대해선 전액 비과세된다. 지난 98년 이전 해외에서 발행됐던 외화표시 채권에 대한 관심도 높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농특세 1.5%만 부담)되는데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투자 채권은 대부분 대한민국 정부나 우량 금융기관, 기업체가 해외에서 발행한 한국물 채권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뛰어나다. 36%의 세율이 적용되는 종합과세 대상자가 정기예금에 투자하면 세후 수익률이 2.5%에 불과하지만 외화표시채권의 경우 연 3.6∼3.7%에 달하기 때문에 정기예금보다 낫다. 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받는 방식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주가지수연동형 정기예금(ELD)은 원금보장(안정성)과 고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는 상품이다.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증권사나 투신사도 사실상 원금을 보장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장기주식형 펀드도 관심 대상이다. 주식편입비율이 60% 이상인 주식형 펀드에 1년 이상 가입하면 1인당 8천만원까지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증여ㆍ상속 대비형 상품 =올 연말까지 일제히 만기가 돌아오는 고용안정채권 증권금융채권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 등 속칭 '묻지마 채권'은 거액 자산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세테크 상품이다. 자금출처 조사 및 상속ㆍ증여세 면제, 분리과세 혜택이 있어 지금 구하려면 만기 원리금보다 10% 정도 웃돈을 줘야 한다. 10월말 만기가 돌아오는 증권금융채권의 경우 5년 전 발행한 1만원권 채권의 만기금액이 세전으로 1만3천7백원이지만 현재 1만5천원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로 1억원 이상 단위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