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년반 만에 방문한 상하이는 더욱 북적거리는 모습이었다. 곳곳에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들과 함께 수많은 인파가 거리를 메우고 있었고 30∼40%대에 달했던 건물의 공실률은 10%대로 줄어들어 있었다. 우리나라 돈으로 평당 1천만원에 육박하는 고급 아파트들이 분양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2002년부터 2003년,세계경제가 어려워지고 힘든 이 기간에 상하이에는 더욱 많은 사람과 돈이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이 몰려오면서 부동산 공실률이 줄어들고,사람이 몰려오면서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부동산 투자가 자유화되었으니 상하이에 아파트 하나 사놓으면 좋을 것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유치하여 기대감에 들떠있는 모습을 보며 중국으로 작동하고 있는 거대한 구심력이 느껴지는 듯했다. 한국인 의사 한 분을 만났다. 서울의 요지에서 성형외과를 개업하고 있던 이 전문의는 이제 상하이에 병원을 짓고 중국 의사와 동업을 통해 국제적인 성형외과 병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시작하고 있었다. 서울에다 더 크게 투자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전혀 생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본주의 국가를 떠나 사회주의 국가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한국 경제에 작동하고 있는 원심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최근 정부가 내세우는 국민소득 2만달러,동북아 중심 경제 건설의 구호는 참으로 의미 있는 구호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이 두 개의 구호를 달성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있다. 바로 기업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만들려면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다섯 개는 키워야 된다고들 한다. 또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한국에 유치되어야 동북아 중심이라는 칭호를 붙일 수 있다. 첫째도 기업,둘째도 기업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과연 서울로,한국으로 구심력이 작동하고 있는가. 혹시 있는 기업을 더욱 크게 키우고 새로운 기업들을 모셔 들이기는커녕 중국으로 떠나는 기업들을 잡을 힘조차 없는 것은 아닌가. 중국을 향해 작동하고 있는 그 엄청난 원심력을 이겨낼 수 있는 우리의 구심력의 실체는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높은 세율과 임금,심심하면 터지는 물류대란,강성노조,아직도 심한 규제,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고 쌓아놓기만 하는 정부,그리고 뿌리 깊은 반기업정서,원심력이 너무 커서 구심력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 우리 금융시장은 환율변화와 유가변동에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시장 전체가 혼란을 겪고 있다. 확실히 경제 체질이 약해져 있다. 몸이 약하면 마음도 약해진다. 경제주체들의 심리 또한 불안하다. 자신감이 없고 조금만 충격이 와도 IMF위기를 떠올리며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몸을 떨고 있다. 이러니 기업은 투자를 안하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있고 서둘러 중국으로 떠나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산업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나서고 총리가 나서고 관료들이 발벗고 뛸 때다. 전세계를 돌며 한국 경제에 대한 대대적 세일즈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북핵문제도 파병문제도 한국 경제로의 구심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 민주 인사들만 만나지 말고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말고 기업인들을 자꾸 만나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어야 한다. 중국으로 떠나는 기업인들을 만나 붙잡고 기업들이 중국으로 옮겨 가는 속도가 줄도록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생산현장과 금융기관을 방문하고 직원들을 독려해야 한다. 고위층이 나서서 경제 하려는 의지,기업 하려는 의지를 북돋우면서 한국 경제에 미래가 있음을 설파하고 실제로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 경제로의 구심력은 지금 너무 약하다. 중국 경제로의 원심력은 너무 강하다. 무언가 확실한 처방이 나와야 할 때다. 시간도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chyu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