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름을 달고 생산된 제품은 아마 '건국우유'가 최초일 것이다. 지난 1964년 건국대학교 축산학과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이 우유는 지금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제품의 질도 그렇지만 학교브랜드가 주는 신뢰감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나 싶다. 이 보다 다소 늦게 연세대학교 농업개발원에서 생산한 '연세우유' 역시 40년 이상 대학우유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최근 들어서는 전북대학교 농대학생들이 만드는 햄과 소시지가 상품화된다는 소식이다. 교내판매에서 의외의 반응을 얻자 내친김에 공장을 증설키로 했다는데,전국 유통 체인점에 직접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화여대 의류직물학과 학생들도 수업시간에 만든 의류제품에 학교상표를 붙여 시중에 판매한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각 대학에 있는 수많은 벤처클럽들도 자신들의 연구성과물을 대학상품으로 내놓는다는 복안이어서,앞으로 대학브랜드가 유통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크다. 더욱이 내년 3월부터는 학교교육과정에서 만든 제품을 기업형태로 판매할 수 있는 '학교기업'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학들은 경쟁적으로 돈이 되는 사업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친화적인 대학교육이 강조되는 것도 신제품개발과 창업붐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폐쇄적인 상아탑으로만 여겨졌던 대학사회가 기업가 정신을 고양시키는 분위기로 바뀐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런 흐름속에서는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실용적인 지식습득에 관한 열기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학과'가 개설돼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에도 적잖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대학이 학교기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학교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면서 한편으론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문제도 다소나마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 본래의 사명을 망각한 채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할 일이지만,대학 스스로의 변신 노력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