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미국경제는 내년에 3.9%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며,유로(Euro)권과 일본경제도 소비와 투자심리의 호전으로 오랜만에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만이 IMF사태 이후 가장 심한 불경기에 처해 있다. 카드 빚으로 가계부채는 늘어나고 투자는 줄어들며 집값은 폭등하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기가 지극히 힘들다.수출제조업체의 4분의 3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하고 외국인 직접투자도 줄어들고 있다. 농어민 서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특히 심각하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민생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세계경제가 호전되고 있으므로 불경기의 원인은 외부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제일 싫어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정치적인 불안이 경제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다. 정치권의 일차적인 책임은 생각이 다른 집단들을 분열시키기 보다는 국가의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이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국민이 뽑은 정치권은 어떤 선진국에서든 강력한 지도력(strong leadership)을 가져야 하는 것이 첫 번째 필수요건이다. 이를 토대로 국가가 지향하는 바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력을 한 군데로 결집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 경제의 실제 운영에 있어서도 시장이 거의 모든 자원배분기능을 하지만 이를 통합,조정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즉 관제탑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가 있어야만 한다. 강력한 지도력이 발휘되며 통합·조정기능이 원활해야만 기업의 투자심리는 비로소 회복될 수 있다. 앞으로 5년은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결정적인 기간이다. 중국의 도전은 심대하기만 하여 우리끼리 소모전을 벌일 여유가 없으며 눈을 밖으로 돌리고 세계경제의 추이를 주시해야만 한다. 유럽의 경험에 비추어 성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형평의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성장과 형평을 단순히 양자택일의 과제로 삼고 한가하게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 2만달러 소득의 달성,동북아 경제중심의 성취 등은 단순한 구호만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paradigm shift)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생각과 발상을 혁신적으로 바꿔야만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잠재성장률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책을 강구하고 이를 강력하게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제도 규범 관행 생각을 획기적으로 바꿔야만 한다.치열한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수단을 필히 찾아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를 움직이는 운영체계인 소프트웨어의 일대 쇄신이 요청된다. 제도개혁을 통해 사회 전체가 업그레이드돼야 만이 비로소 1만달러의 벽을 뛰어 넘을 수 있다. 몇 가지 보기를 들면 우선 산업화시대의 낡은 유산인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협력적인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용자는 투명·책임경영을 통해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하며, 노조는 국민경제 전체의 이익을 위해 바람직한 노동운동의 방향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를 깊이 성찰해야만 한다. 둘째로 세계 각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개방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이를위해 우선 국민들이 외국인을 받아들이는데 마음이 활짝 열려있어야만 한다. 또한 교통혼잡·환경오염이 개선되고 외국인을 위한 생활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꼭 필요한 규제는 한층 강화해야 하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급속한 노령화에 대응해 여성인력의 활용을 증대시키며 정년 연장 등 인적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도모해야 한다. 교육제도도 글로벌경쟁에서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만 한다. 경제성장의 원천도 지금까지의 자본 노동 등 요소 투입의 증대 이외에 연구 개발(R&D) 활동의 강화를 통한 생산성 증대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질적으로 고도화시켜야만 한다. 발상의 일대 전환을 통해 우리 경제의 틀을 다시 짜는 일대 혁신이 없이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국민의 기본적 생존마저도 위협 받을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 jungcy@bas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