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국제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기술과 감성이 결합된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7일 '기술과 감성의 융합 시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주요 산업은 70∼80년대 생산의 시대와 90년대 기술의 시대를 지나 21세기에는 '기술+감성의 시대'에 진입했다"며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없는 제품은 외면받거나 싼 값에 팔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대표적인 사례로는 디지털 TV가 꼽혔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는 크기 두께 등 기술력에 치중해 왔다. 반면 소니는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를 중시하는 전략을 취해 42인치 디지털 TV의 경우 기능이 엇비슷한데도 가격은 거의 두배(소니 1천3백만원,국산 제품 7백만원대)에 이른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설명했다. 휴대폰도 마찬가지. 유럽식 이동전화(GSM)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노키아는 감성 서비스와 디자인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휴대폰시장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에야 감성측면을 강조하기 시작,혁신적 디자인 면에서 열세인 것으로 평가됐다. 자동차 역시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생산 확대와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아우디 BMW 등 독일 업체들은 '자동차는 느낌'이라는 컨셉트 아래 자동차의 냄새나 소리까지 신경쓰고 있다. 여기에다 패션쇼와 음악회 등 문화마케팅을 제품판매에 활용,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강자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진단했다. 이밖에 시계에 통신 전자칩 등 정보기술(IT)을 접목시킨 '스와치'나 '맛있는 립스틱'이라는 독특한 전략을 구사한 '로레알' 등도 기술과 감성의 융합을 통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선도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감성 측면에서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산 제품의 해외시장 판매 가격이 동급의 외국 기업 제품보다 심한 경우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로 푸대접을 받는 것도 감성 측면의 취약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술과 감성은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필수사항이라고 강조한 뒤 국내 기업들의 대응 전략으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기술·시장 기획 및 조사 강화 △디자인 능력 강화 △감성적 기업 문화 조성 등을 권고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