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회사들이 '3중고(重苦)'를 겪고 있다. 올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올라가고 방카슈랑스 실시로 기존 판매채널의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태풍 '매미'에 따른 보험금 지급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7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16일 오전까지 태풍 매미로 인해 각 손보사에 접수된 피해건수는 모두 2만8천9백17건으로 추정 손해액은 3천1백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한 손해액 1천3백2억원의 2.4배를 넘는 수준이다. 손보협회는 아직 접수되지 않은 피해도 있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손해액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종목별로는 일반손해보험중 재물보험이 1천8백86억원으로 가장 많고 선박피해 등을 담보하는 해상보험의 손해액도 6백62억원에 이르렀다. 자동차보험은 5백89억원으로 추정됐다. 손보사들은 보험금의 80% 정도를 보장받는 재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일부 회사는 1백억원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은 당초 목표로 잡았던 올해 이익규모가 크게 줄어들지 모른다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0개 손보사들은 지난 7월중 작년 동기(9백13억원)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4백91억원의 순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작년 7월 64.1%였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 7월엔 72.7%로 크게 상승한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10월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약 5% 인상, 이를 보전한다는 방침이지만 손해율 상승추세가 꺾이지 않아 경영상 애로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9월 초부터 방카슈랑스가 실시돼 은행을 통해 보험상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일부 중소형 손보사들은 제휴선을 찾는데 실패, 기존 시장까지 잠식당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