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묘한 갈등을 보여온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16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나란히 불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경련 회장단을 구성하고 있는 재계 총수들이 바쁜 일정에 쫓겨 절반이상이 회의에 불참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왔지만 전경련과 현대차-LG의 갈등설이 불거진 뒤끝이어서 두 총수의 불참은 1년여만에 이뤄진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참석과 대조되며 불화설에 다시 불을 지피는 작용을 하고있다. 구본무 회장은 이날 오전 미국 현지거래선과 LG사업장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정몽구 회장은 수해를 입은 울산지역 협력업체 점검을 이유로 회장단 회의에 불참했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정몽구 회장이 지난 5월 회의 이후 바쁜 일정 때문에 1년 이상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못해온 만큼 이번 회의 불참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LG그룹측도 구본무 회장의 불참에 대해 비슷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전경련측에서도 이른바 '빅3' 총수들이 회장단 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아온 점을 들어 두 총수가 불참한 것 보다는 이건희 회장이 회의에 참석한 것이 더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들어 전경련과 현대차, 전경련과 LG그룹의 화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관계 쪽에 무게를 두고 두 총수의 불참이 전경련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임단협 과정에서 보여온 전경련의 태도에, LG그룹은 하나로통신 인수와 수도권 반도체공장 증설 허용 촉구과정에서 보인 행동에 대해 아직도 앙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전경련이 노조의 주5일 근무제 요구에 대한 재계차원의 지원요청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않다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한 것에 대해 공식성명까지 내며 공박한 일에 서운한 감정을 보여왔다. 기업을 보호하고 대변해줘야 할 '한 식구'인 전경련이 지원은 못할 망정 일이 벌어진 뒤에야 성명을 내고 궁지로 몬 것은 심했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LG그룹도 전경련이 지난 5월 삼성의 수도권 반도체 공장 증설 허용을 촉구하면서 LG필립스LCD의 파주 공장 허용을 예로들며 '국내기업 역차별'을 주장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낸 바 있다. 여기에다 통신 '3강' 도약을 목표로 하나로통신 증자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편 전선을 이루고 있는 SK-삼성측의 손길승 회장-현명관부회장이 전경련을 움직이고 있는 것도 '전경련이 재계 전체의 이익보다는 특정기업에 편향돼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요인이 돼왔다. LG그룹은 전경련이 최근 LG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권 발동에 대해 "총력 투쟁하겠다"며 적극 대처하는 등 화해 움직임을 보여온데 대해 지난 3월 이후 납부하지 않아온 회비중 6천만원을 납부하는 것으로 화답하기는 했으나 그간의 앙금이 쉽게 해소될 지는 아직 미지수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