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크라이슬러 듀폰 브리티시텔레콤 등 다국적기업의 투자 책임자 47명이 다음주 방한,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최종 점검할 계획이어서 이 행사의 성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동북아경제중심을 모토로 내세운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노사문제가 여전히 외자유치의 걸림돌이라는 점에서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한국을 부품조달 창구로 방한 인사들 가운데는 세계적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들이 8명으로 가장 많다. KOTRA 최진계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빅3 자동차 메이커들이 장기계약 조건으로 부품업체들에 내걸고 있는 '3년내 20% 코스트 다운' 요구와 관련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캐나다 독일 등지의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빅3 메이커들의 비용절감 요구를 맞춰 주기 위해선 중국 진출이 유일한 돌파구이지만 중국에서 생산하기에는 기술적 뒷받침이 어려운 부품들이 많다"면서 "결국 중국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한국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 2개 자회사를 둔 캐나다 자동차관련회사인 마그나 그룹의 경우 유럽 및 미주지역 자동차업체들을 위한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을 위해 한국 진출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물류중심 가능성 타진 한국의 '동북아경제중심 건설 구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업체들도 방한단에 상당수 포함됐다. 세계 3위 항공특송 기업인 미국 페덱스, 유럽 물류센터 운영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있는 벨기에 카토엔, 대한유화공업과 합작투자중인 노르웨이 오드프젤 등이 대표적 기업들. 여기에 미국 CSX 월드 터미널은 오는 2005년 완공예정인 부산신항만건설 프로젝트에 24.5% 지분참여할 예정이며, 일본 유에프제이 홀딩스는 한국의 허브구상을 은행 자회사의 해외영업에 접목시킬 예정이다. KOTRA측은 특히 벨기에 트랙테벨, 룩셈부르크 IEE, 미국 게일 등이 풀어 놓을 '보따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투자전략팀 관계자는 "트랙테벨의 경우 한전 민영화에 지분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방한기간중 해당 기업과 투자합의서를 교환하는 등 구체적인 투자계획이 발표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만 최대 벤처캐피털인 차이나산업개발은행,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미국 AMD, 독일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피니온 테크놀로지 등 19개 벤처ㆍIT기업들도 한국투자가 유망한 기업들이다. ◆ 역시 노사문제가 관건 메가톤급 행사를 기획한 정부와 KOTRA측의 표정은 그러나 그리 밝지만은 않다. 아시아투자책임자 등 '큰 손'들의 한마디에 한국기업의 위상이 춤출 가능성이 높아서인지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한 관계자는 "북핵관련 문제와 노사분규 뉴스만 접하던 외국투자자들이 이번 행사참가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바꿀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또 "특히 한국투자를 확대할 지,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할지 고민중인 기존 투자기업들의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이들이 방한기간중 노사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투자조사단에 포함된 캐나다 알칸은 대한알미늄 등 2개 한국회사를 인수한 업체로 한국의 화물연대 파업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자동차부품 조달에 관심있는 참가자들은 벌써부터 한국 자동차부품업체의 노사관계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