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추세상 자금세탁 방지노력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겠으나 금융정보분석원이 내놓은 대책은 그대로 시행하기엔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5천만원 이상 중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거래로 돼 있는 조사대상을 1천만원으로 낮출 경우 업무량 폭주에다 자칫 정상적인 금융거래마저 위축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통상 1만달러 내외로 돼 있는 국제기준에 비추어 볼 때 1천만원이 지나치게 과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 우리의 특수사정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경우 1천만원 정도의 금융거래까지 조사대상으로 삼을 경우 감시대상이 지나치게 늘어나 이를 실효성 있게 감시할 수 있을지 부터가 의문이다. 자칫 과욕을 부리다간 실효성도 없으면서 금융거래를 1천만원 미만으로 쪼개 여러차례 하게 만드는 부작용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발의돼 있는 2천만원 이상의 모든 현금거래를 신고토록 하는 방안은 더 큰 문제가 있다. 변호사 회계사 등에게 업무상 취득한 고객정보 중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에 알리도록 한다는 내용도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변호사로 하여금 고객의 범죄 혐의사실을 당국에 신고토록 하는 것은 법 이전에 이들의 직업윤리상 강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지극히 의문이다. 또 금융회사들이 고객의 불법 금융거래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고객 주의 의무제도'를 도입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초보적인 실명확인에 급급한 현실에서 고객의 직업,자산,주위의 평판을 알아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자칫 실익은 없이 고객비밀 보호원칙만 훼손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원이 내놓은 자금세탁 방지대책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폭 수정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