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p@eland.co.kr > 며칠 후면 회사 창립 23주년이 된다. 23년 동안 많은 직원들을 겪었는데 그 중 세 사람은 앞으로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A는 초기에 들어온 사원이었다. 왜소한 나와 다르게 덩치가 큰 그는 힘 세고 일 감각이 있어 조그만 회사에서 금방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고집이 세고 보스 기질이 있어 나와 수시로 충돌하게 되었다. 조그만 배에 사공이 둘이니 그 배가 어떻게 되겠는가? 나는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내보냈다가 집에서 여러 달 놀고 있는 그가 안쓰러워 다시 회사로 데려 왔는데 문제는 다시 시작되었다. 몇 년 씨름한 결과 그는 회사와 내게 큰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었다. B는 큰 회사에서 근무하다 전직한 사람이었다. 나이도 많은 편이었고 있던 회사에 비해 우리는 작은 회사였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밖에 나갔다 왔더니 책상 배열이 갑자기 바뀌어 있었다. 변화를 준 그의 말에 따르면 대기업 책상 배열은 이렇다는 것이었다. 이 사람과도 쉽지 않은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C는 가장 강적이었다. 정식으로 경영학을 공부하지 않은 나에 비해 최고 수준의 MBA과정을 공부한 그는 나를 학문으로 마구 몰아 세웠는데, 내 경험과 직관으로 아닌 듯 싶은 일에서도 그의 강한 성격과 뛰어난 경영학 이론 앞에 당할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신입사원 강의를 맡겼는데 회사의 경영적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지적해 놓아 수백명에게 생겨진 부정적 인식을 수습하는데 매우 애를 먹었다. 90년 어느 날, 지나온 10년을 회고해 볼 기회를 가졌는데 이 세 사람의 큰 변화를 생각하며 뿌듯한 마음이 되어 있었다. 그때 마음에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문이 떠올랐다. '그 중 누가 가장 많이 변한 것일까?' 놀랍게도 그 답은 그 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그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수고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사실 가장 크게 변하고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나는 조그만 공격에도 견디지 못했던 사람으로부터 쉽지 않은 사람도 품을 수 있게 성장한 것이었다. 우리 회사의 경영 이념중 세 번째 항목인 '직장은 인생의 학교이다'는 이렇게 해서 생긴 것이다. 내게는 회사가 성장의 학교였던 것이다. 요즈음 나는 또 다른 쉽지 않은 상대와 씨름하고 있다.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를 쓸만한 리더로 변화시키는 것 외에 이것을 통해 나도 더 큰 그릇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씨름에 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