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끼쪼끼 부천 송내1호점의 정장조 사장(46)은 올초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맥주점 장사가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 하루 매출이 40만원도 안되는 날이 허다했다. 비수기에 개업한 탓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핑계가 그를 위로해 주지는 못했다. 이미 세탁소, 의류판매 등으로 두번이나 사업에 실패한 그였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인생 끝인데…"라는 생각에 잠을 못이뤘던 것이다. 그런 그가 요즘은 얼굴 가득 웃음이 넘친다. 고객을 감동시키겠다는 갖가지 노력이 하나씩 결실을 거두고 있어서다.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매출이 급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루 1백만원 매출을 훌쩍 뛰어넘더니 최대 성수기인 지난 7월에는 1백60만원을 기록했다. 전국 3백50여개 쪼끼쪼끼 가맹점중 30위권안에 드는 실적이다. 정 사장은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갖고 지난 사업 경험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며 "2전3기가 가능했던 것은 내 적성에 맞는 아이템을 제대로 골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대화하길 좋아하는 성격에다 맥주라면 사죽을 못쓰는 '맥주 마니아'다. 잠 자다가도 맥주 생각이 나면 벌떡 일어나 대문을 나선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다 마셔야 직성이 풀린다. 앉은 자리에서 맥주 10병은 기본이다. "일 하면서도 즐겁다는 생각이 들어야 성공한다고 봅니다. 과거에 세탁소 가맹점을 할때는 고객 클레임이 많고 본사에 내는 로열티도 높아 일할 의욕이 잘 생기지 않더군요. 쪼끼쪼끼는 단골 고객들과 서로 정을 나눌 수도 있는 업종이어서 참 좋습니다." 맥주점 장사와 정 사장의 코드가 딱 맞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정 사장의 성공은 속칭 '서비스 안주'와 '서비스 술'에서 시작됐다. 매출이 바닥을 헤매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덤'을 확실히 주자고 결심한 것이다.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는 '서비스 안주'에 고객은 말 그대로 감동받는다는 것을 '술꾼'인 정 사장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서비스 안주와 술 때문에 원가가 10% 정도는 더 들어갑니다. 그래도 매출은 20% 이상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정 사장은 여자 손님에게는 수입 맥주를 맛보라고 공짜로 건네준다. 색다른 술을 맛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아무래도 남자보다 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자 손님 두명 해봐야 술값이 2만~3만원 밖에 안나오는데 6천원짜리 수입 맥주를 서비스로 주니 '단골'이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서비스에도 '룰'은 있다. 일정 금액 이상 매출을 올려준 테이블이 대상이다. 바쁜 시간에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그런 테이블을 알려달라고 미리 말해둔다. 고객들에게 후덕한 주인으로 새겨질 수 있었던 그만의 노하우다. 깜짝 이벤트나 새로운 마케팅 기법 개발에도 열성적이다. 예를 들어 수요일에 연인이나 부부가 오면 생맥주 2천cc를 무료로 준다. 그는 "마케팅 수단에는 전단지도 있고 각종 스티커 광고도 있지만 역시 입소문이 최고"라며 "우리 점포에 오면 뭔가 새로운 것이 있다는 소문이 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는 폐유로 세탁비누를 만들어 아파트 주부들에게 돌려 가족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성과도 올렸다. 평일에는 가족고객이 30%에 육박한다고 한다. 청결함과 쾌적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도 기본중의 기본이다. 건물 뒤에 화장실이 있었지만 고객편의를 위해 매장안에 산뜻한 화장실을 따로 만들었다. 겨울에 돌리는 온풍기도 가스식으로 설치해 냄새가 안나도록 했다. 고객을 위한 이런 세심한 배려는 매출로 돌아오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