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음식점 놀이공원 등에서 정가대로 계산하는데 옆에서 누군가 할인받는 걸 보면 당황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억울한 기분을 달래기 어렵다. 졸지에 비합리적이고 헤픈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 어떤 식으로든 값을 깎아준다고 하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집어들기 십상이다. 같은 물건을 남보다 싸게 사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가격할인이 '짧은 기간에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판촉수단'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가격할인은 일정기간 모두에게 값을 깎아주는 것과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나뉘는데 최근에 널리 쓰이는 건 후자다. 할인쿠폰을 만들면 돈은 덜 들면서 홍보와 고객 유인이라는 두 가지 목적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값을 깎아주되 쿠폰 소지자에 한정시킴으로써 소비자의 차별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 결과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도 쿠폰 배포가 늘어나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소비자들의 알뜰 구매심리가 한몫 함도 물론이다. 실제 요즘엔 '정가대로 지불하면 바보'라고 할 만큼 여기저기서 할인쿠폰을 발급한다. 백화점은 정기세일 때는 물론 특별행사 시에도 특정상품을 대폭 할인해주는 '쿠폰북'을 발행하고,외식업체를 비롯한 소매업소들은 홈페이지나 신용카드사의 월간정보지, 업체 정보와 쿠폰을 모아놓는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할인권을 제공한다. 인터넷쇼핑몰에선 수시로 각종 할인쿠폰을 내놓고, 은행에서도 홈페이지에 환전수수료 20∼30% 할인쿠폰을 띄운다. 할인쿠폰을 잘 이용하면 똑같은 상품을 훨씬 싼 값에 구입함으로써 가계에 보탬이 되는 건 물론 두고 두고 기분 좋을 수 있다.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을 앞두고 한꺼번에 여러 개의 선물을 살 때도 충분히 유용하다. 그러나 할인쿠폰 역시 소비 촉진을 위한 마케팅 도구임에 틀림없다. 유통업체 정보지나 신용카드 소식지, 인터넷의 할인쿠폰을 꼼꼼히 챙기되 쿠폰의 유혹에 넘어가 충동구매를 하지는 않도록 유의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