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강남구 역삼동 LG카드 본사 정문 앞.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은 남자 홍보도우미들이 모 카드사의 신상품을 경쟁사 앞마당에서 홍보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 카드사는 이날 하루만 5개 홍보팀이 강남역,역삼역,압구정역 주변 등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게릴라식으로 돌며 이벤트를 벌였다. 이 사례는 최근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카드업계의 회원확보경쟁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7월 대란설'의 고비를 넘긴 지 두달도 채 안돼 카드사들은 다시 공격적인 마케팅전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회사들마다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홍보에 나서고 있다. 톱스타를 내세운 광고전도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이 최근 "신용카드사간 과당경쟁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에 근거한 것이다. 특히 최근의 카드사간 경쟁은 수수료나 각종 서비스 경쟁 외에 신용카드의 디자인이라는 부차적인 측면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니카드,사이드카드,자수정카드에 이어 발광카드까지 등장했다. 비자카드는 미니카드 발급지역의 미주지역 제한이 풀리자마자 한국에 신상품을 상륙시켰고 이에 뒤질세라 마스타카드도 '사이드카드' 실물이 나오기 전에 한국지역 출시를 선포하기도 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디자인 경쟁에 집착하면 신용을 바탕으로 돈을 빌려쓴다는 신용카드의 기본 개념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한국에선 신용카드가 결제수단을 넘어 치장하거나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카드사들이 불과 몇달 전의 교훈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않다. 김동욱 경제부 금융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