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매년 세계 1백대 브랜드를 선정하고 있는데 금년에는 삼성전자가 한국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세계 1백대 브랜드 중 25위에 선정됐다. 삼성전자와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한국의 여타 유수한 기업들은 어떻게 되었느냐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국민총생산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12번째 경제 대국인데 단 1개의 1백대 브랜드밖에 없다는 사실은 우리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규모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3개 이상의 1백대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두인 미국은 62개의 1백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과 프랑스는 각각 7개,6개로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흔히 경쟁우위 요소를 기술과 브랜드로 꼽고 있는데 이중에서도 더 지속적이고 모방이 어려운 것이 브랜드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이웃 중국의 기술 수준이 급속도로 우리를 따라와 브랜드만이 우리의 경쟁력을 지켜줄 수 있는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 마케팅에서는 기업들이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 상징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팔고 있다. 미국의 리바이스 청바지는 전세계 소비자에게 '자유''독립정신''민주주의'와 같은 미국적인 가치를 상징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브랜드는 한 회사의 노력뿐만 아니라 그 브랜드를 생성한 국가 이미지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25위 진입도 회사의 디자인,마케팅 노력과 함께 2002 월드컵으로 국가 이미지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작년과 달리 올해 들어 온갖 부정적인 뉴스가 외신에 보도돼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부당 주식거래로 인한 재벌 총수의 구속을 비롯 북한 핵 위협,그리고 대북 송금을 둘러싼 재벌 총수의 자살이 그런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가 멀다고 파업을 선언하는 대기업 노조와 물류를 마비시키는 운송대란으로 인해 외국에 비춰지는 한국의 이미지는 비리,전쟁위협,무질서,집단이기주의가 아닌가 우려된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한국 브랜드들은 세계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 명약관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발전 차원에서 국가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국가 이미지를 해외에 홍보하는 데 더 체계적이고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을 외국에 알리는 여러 기구가 있겠지만 해외 홍보만 전담하는 기구를 신설해 구체적인 목표를 주고 이를 달성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통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TV,신문,잡지,옥외광고를 통해 한국을 해외에 홍보하는 데 필요한 예산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문화 수출이다. 그 자체로는 큰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문화가 먼저 수출된 다음에 상품 수출이 뒤따른다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하다. 한때 중국을 휩쓴 '한류' 열풍도 직접적인 음반 드라마 영화 수출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 문화가 중국에 좋게 소개됨으로써 한국 상품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간 외교다. 많은 한국인들이 지구촌에 나가 스포츠 음악 의료 학문 분야에서 국위를 선양할 때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올라가고 한국 상품의 브랜드도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외국에 나가서 활약하는 국민들이나 NGO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한국 브랜드를 사는 세계의 소비자들은 한국이 대표하는 가치를 공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일류 브랜드를 팔려면 우리의 문화적 업적과 생활 양식에서 일류를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브랜드가 신뢰할 만한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믿을 수 있는 사회로 외국인의 눈에 비춰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문화 정신 에티켓 면에서 최고의 수준이 되었을 때 한국 제품도 그러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wchu@car123.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