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간 합병이 더 이뤄질 경우 독과점의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향후의 은행 합병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익대 진태홍 교수와 한국은행 금융연구팀 정형권 과장은 2일 한국은행과 한국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금융 그룹화와 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우리 나라는 은행간 합병을 통해 대형화가 진전되면 중소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와 정 과장은 "우리 나라는 중소기업의 은행 의존도가 높은 데다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한 중소형 은행 등이 부족하므로 대형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축소하면 이를 상쇄할 외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 나라 은행산업의 시장 집중도가 아직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나 앞으로 대형 은행간 추가 합병이 이뤄지면 시장 집중도 상승으로 독과점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형 은행간 합병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있다"고 주장했다. 한은 통화연구팀 양동욱 팀장과 홍승제 차장은 「금융그룹화와 통화정책」이라는 보고서에서 "외환 위기 이후 은행산업의 시장 집중도 상승으로 콜금리 변동에 대해 상위 3대 은행이 여타 중소형 은행들보다 대출 금리를 완만하게 조정하는 것으로나타나 은행 그룹화가 진전되면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양 팀장 등은 "은행 대형화와 은행간 상호 의존도 상승은 시스템 리스크의 증대와 대마불사 문제의 심화 등을 초래해 통화정책의 환경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조사 결과 작년 말 현재 우리 나라 상위 5개 은행의 예금시장 점유율은73%로 스웨덴(84%), 네덜란드(82.2%), 캐나다(77.1%), 호주(73.9%)보다는 낮지만 미국(26.6%), 일본(29.8%), 영국(35.2%), 독일(18.8%), 이탈리아(39.3%), 프랑스(69.3%) 등보다는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 김대식 교수와 동덕여대 김태준 교수는 「우리 나라 금융산업의 발전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국제 경쟁을 위해서는 은행 대형화가 필요하나 대형화 자체가 반드시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들 교수는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겸업화는 국제적 정합성 확보 등의 측면에서장점이 있으나 우리 나라의 경우 시장 규모가 작고 금융지주회사의 경영 능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겸업화의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