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이 최동수 행장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부행장급 집행임원 9명중 8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조흥은행은 26일 임시주총을 열어 최동수 전 한샘 부사장(57)을 신임행장에 선임하는 한편 이사회에서 집행임원을 새로 임명했다. 이번 임원진 개편으로 부행장 수는 종전의 9명에서 8명으로 줄었고, 기존 부행장들은 박찬일 기획재무본부장(55ㆍ부행장)을 제외하고 모두 퇴임했다. ◆ 새 경영진 구성 =외부인사로는 김재유 전 서울은행 상무(49)가 여신지원본부장(부행장)으로 영입됐다. 김 부행장은 여신지원 외에 최 행장이 강조하고 있는 리스크관리 부문까지 맡기로 해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 부행장은 최 행장과 같은 체이스맨해튼은행 출신이다. 강릉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내부에서는 채홍희 강서지역본부장(54)이 개인고객본부장으로 승진 발령됐다. 노조 부위원장 출신인 채 부행장은 경덕상고를 나와 소매금융부와 일선 지역본부에서 줄곧 근무해 왔다. 역시 상고 출신(대구상고)인 장정우 신천동지점장(50)은 상품ㆍ카드사업본부장에 발탁됐다. 상고 출신 두 명이 부행장으로 승진한 것은 모그룹인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실적주의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문상 강남지역본부장(55)은 기업고객본부장으로, 이재준 제주지점장(51)은 자금국제본부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됐다. 원 부행장은 최 행장과 같은 용산고를 나와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고 이 부행장은 전주고, 전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또 오용욱 신탁업무부장(51)은 종합금융본부장에, 정광엽 영업부장(55)은 운영지원본부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오 부행장은 보성고, 고려대 농화학과를, 정 부행장은 서울고,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상무급인 지역본부장의 경우 백남학 충청기업본부장(55)이 충북지역본부장으로, 최원석 압구정동지점장(50)이 강원지역본부장으로 임명돼 부행장을 합해 총 8명이 내부 승진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현 영업부장을 비롯한 일선 지점장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최동수 체제'가 영업력 회복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조흥은행의 '대부'로 조흥은행과 부침을 함께 했던 위성복 전 이사회 의장(65)의 '계열'로 분류되던 부행장들이 위 의장과 함께 모두 퇴진했다. 조흥은행은 다음달중 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후속인사를 단행키로 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최영휘 신한지주 사장은 조흥은행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홍칠선 전 조흥은행장대행(수석부행장)과 조병재 기획부장 등 2명은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상무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동현 전 부행장은 다음달 초 LG카드 부사장으로 취임한다. ◆ 최동수 체제 순항할까 =최 신임행장은 주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돈 잘 벌면 적자(嫡子)이고 못 벌면 서자(庶子)"라고 말했다. 또 "조흥은행이 신한은행보다 예금조달 비용이 0.5%포인트가량 낮기 때문에 리스크관리만 제대로 하면 신한은행을 이길 수 있다"면서 "돈 잘 버는 은행을 만드는게 향후 3년간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 행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신한지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파업 등으로 인해 약화된 영업력 회복이 관건이다. 최 행장은 저원가성 예금을 제1의 경쟁력으로 꼽았지만 최근 조흥은행의 총조달 부문 시장점유율(5대 시중은행 기준)이 12.15%로 작년 말의 13.53%에서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번 경영진 개편 등으로 인해 어수선해진 행내 분위기를 속히 다잡는 일도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금융계는 지적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