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있는 네슬레 본사는 한때 해태제과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제조업체의 전투적인 노조가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죠." 50일 이상 지속된 노조의 파업에 맞서 최근 서울사무소를 직장폐쇄한 한국네슬레 이삼휘 사장.그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 노조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예상 외로 컸다. "그동안 해태제과에 관한 보고서를 여러 차례 보냈는데 요즘엔 보고할 필요도 없다는 반응입니다. '공장이 있는 한국 제조업체를 인수해 봐야 고생만 할 게 뻔하지 않느냐'는 식입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외국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노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투자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시장성이나 인수대상 기업의 기업가치 등이지만 한국 투자를 고려하는 외국기업엔 노조가 최대 장애물인 셈이다. 이 사장이 본사에 보고하지 못하는 것은 또 있다. 노조의 극단적인 구호가 바로 그것.'경영진은 우리의 적이다.' 'xxx를 갈아서 마시자.' 'xx을 빼내서 xx을 만들어 먹자.' "이런 구호를 어떻게 번역할 수 있겠습니까. 누워서 침 뱉기고 대한민국 망신입니다. 본사에서 이를 제대로 안다면 파견 직원들을 모두 철수시킬 겁니다." 네슬레 본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내 공장을 철수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 주력 제품인 커피의 경우 이미 독일보다 생산원가가 높아 중국이나 태국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노조의 높은 임금인상 요구뿐만 아니라 인력 재배치시 합의를 요구하는 등 경영권 간섭도 본사를 자극하고 있다. 노조가 50일 이상 파업을 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요구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본사의 의중을 꿰뚫어보는 냉정함도 필요하다. 직장이 송두리째 사라진 뒤 '투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국에서의 경험이 지옥 같았다(My experience in Korea was like a hell)"라는 한 외국인 임원의 말이 씁쓸하게 들린다. 윤성민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