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기아차 노사가 전격 합의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은 노조의 경우 임금인상과 조건없는 주5일제 시행을 얻어낸 대신 회사측은노조의 경영참여 요구에 대한 양보를 이끌어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재계에서는 기아차가 노조의 경영참여는 어느정도 `선방'한 반면 주5일제는 현대차에 이어 현재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법안보다 강화된 내용으로 실시키로 하고 임금인상도 현대차 수준으로 정해진데 대해 우려하면서 타사업장에 미칠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 무엇을 얻었나 = 기아차 노사는 이번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9만8천원인상(8.8%.호봉승급 포함) ▲성과급 200% +생산.판매 만회 격려금 100% +타결일시금100만원 등에 합의했다. 또 논란이 돼 온 주5일제와 관련해서는 노조의 요구대로 다음달 1일부터 `기득권 저하없는' 주40시간제를 즉각 시행키로 하되 `주40시간제에 따른 생산력 감소를막기위해 노사가 최선을 다해 공동노력한다'는 선언적 조건을 별도로 달았다. 기아차의 기본급 인상분은 당초 노구의 요구안인 12만3천259원(11.1%)에는 못미치지만 액수 면에서 현대차와 동일하며 인상폭은 현대차(8.63%)를 상회한다. 성과급과 격려금, 일시금 지급폭도 현대차와 같다. 이에 따라 임금 인상후 기아차(퇴직금 누진제 적용)와 현대차의 생산직 평균 임금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며 동일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기아차가 오히려현대차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5일제 시행방식에 있어서도 회사측은 `생산성 5% 향상 전제'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회사측 관계자는 "이번 주5일제 시행 합의는 `동종업계 실시 및 법시행시 즉각실시한다'는 기존 단협내용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임금인상 파격 = 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관련, 기본급 7만4천400원인상, 상여금 500%, 성과급 200%, 격려금 100% 등으로 다소 파격적인 선에서 합의가이뤄졌다. 또 비정규직 생산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해서는 `회사는 신규인력 수요발생으로 정규직을 채용할 경우 근무중인 생산계약직을 우선 채용한다'는 선에서 조율됐다. 이는 임금 7만3천원 인상, 성과급 200%,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등을 골자로한 현대차 임단협상 비정규직 처우개선 내용보다 더 강화된 것이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워낙 현대차와 기아차 비정규직간에 임금격차가 심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협상을 통해 현대차 수준에 근접해졌다"고 밝혔다. ◆회사, `경영권 방어' = 그러나 회사측은 이번 임단협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당초 기아차 노조는 신차종 개발전 현대차와 기아차 회장, 양측 대표이사, 양측연구소장, 양측 노조위원장 등 현대.기아차 노사 4자간 합의를 사전에 거치는 한편차량 연구개발 투자 등을 노사합의에 의해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결국 이같은 경영 참여 요구를 양보했으며 대신 회사측은 신차 개발시연구개발.투자를 확대, 경쟁력 및 종업원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생산규모 대비풀라인업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사측이 신차개발 계획 확정에 따른 개발 일정을 사전에 노조에 설명하고 향후 5-10년 신차개발계획에 대해서도 노조에 별도로 통보키로 노사가 합의했다. 회사의 핵심 경영부분에 대해서는 기업의 고유권한을 지키되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노조에 공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타 사업장에 미칠파장 = 현대차에 이은 기아차 노사의 임금협상 타결 내용은향후 다른 사업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올 임단협은 마무리 된 상태이지만 `눈높이'가 올라간 노조들이 현대.기아차 수준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큰데다 당장 주5일제 시행에 있어서는현대.기아차 방식이 `바로미터'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5일제의 경우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하더라도 구체적 시행시기와 방식은사업장별로 노사가 다시 논의하도록 단협에 정해져 있다. 특히 쌍용차와 르노삼성차 등 적어도 완성차 업계내에서는 현대.기아차 형태의주5일제 시행이 확산될 것으로 보이며 다른 업종 사업장 노조도 현대.기아차 방식을요구할 경우 사측과의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총 관계자는 "대기업 노조들의 잇따른 고율의 임금상승과 조건없는 주5일제시행은 노동계의 눈높이를 높일 수 밖에 없어 우려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