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컨테이너 물량의 80%를 처리하는 부산항이 화물연대 파업에 휘청거리는 상황이 3일째 계속되고 있다. 컨테이너 수송은 평소의 60%선에 머물고 있고 일부 부두는 쌓여가는 컨테이너때문에 점점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다. 특히 차량부족으로 장거리 화물 수송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부두마다 수출화물이제때 도착하지 않아 절반정도나 싣지 못하고 떠나는 선박이 속출하는 등 `수출대란'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부산해양청 집계에 따르면 22일 낮 12시부터 23일 낮 12시까지 부산항에서 반출입된 컨테이너는 20피트 기준 1만4천874개로 평소(2만2천840개)의 68.9%에 머물렀다. 8천262개가 반입되고 7천469개가 반출됐다. 군 트레일러가 동원돼 부두간 수송에 나서고 임시 장치장을 마련해 부두에 쌓인컨테이너를 빼내면서 장치율은 59.2%로 파업전(58.8%) 수준과 비슷하게 돌아왔다. 그러나 감만부두 대한통운부두(83.7%)와 세방부두(87.2%),4부두(96.8%) 등은 적정수준을 넘어섰고 신감만부두(70.8%)와 3부두(73.3%)도 별로 여유가 없다. 이날 낮 12시 현재 부산항 컨테이너 수송차량은 평소(2천368대)의 39.2%인 928대만 가동되고 있다. 파업 첫날의 1천29대는 물론 전날 오후 10시의 964대에 비해서도 많이 줄었다. 피로누적과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운행방해 등으로 인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장거리 운행은 평소의 29.5%에 불과하고 환적화물 수송을 위한 부두간 운행도 60%를 밑돌았다. 이에따라 수출화물의 선적차질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신선대부두의 경우 이날 출항한 OOCL상하이호가 예정된 900개의 컨테이너 가운데 400개를 싣지 못하는 등 2척에 2천242개를 실어야 했지만 49.7%인 1천141개를 선적하지 못했다. 자성대부두에서도 예정물량의 10%인 200개 정도를 선적하지 못했고 감만부두에서는 수출선적 차질이 30%나 발생했다. 이날 오후에도 장거리 수출화물의 선적취소가 줄을 잇고 있어 부산항 각 부두의선적차질 비율이 20~60%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성대부두 관계자는 "오늘은 예정된 수출물량의 70~80%밖에 싣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고 신선대부두측도 "오늘 3척의 선박에 4천500개를 선적해야 하는데 많은물량이 부두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은 하루 5천개 정도의 수출화물을 처리하는 감만부두 등 다른 부두도마찬가지다. 부두운영사들은 일요일까지 파업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주초부터는 수출물량의 70~80%가 선적되지 못하는 사태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부산항 물류가 이처럼 한계상황으로 치닫자 이날 오후부터는 부산해양청과 부산시, 경찰,국군항만단,철도청,국토관리청 등 관련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비상대책본부가 가동을 시작했다. 한국토지공사 소유의 남구 감만동 9천평을 임시 장치장으로 무상사용하기로 했고 항운노조의 협조를 받아 부두내에서만 운행하는 야드트레일러를 부두간 환적화물수송에 투입했다. 부산시는 이날 0시부로 유료도로의 통행료 면제조처를 취했고 운송거부 화물차에 대한 불법주정차 단속과 견인을 강화하고 있으며 경찰은 주요 수송로와 항만, 톨게이트 등에 290여명의 경찰관을 배치, 운송방해 행위 단속에 나서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