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일부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국제적 금융,물류 및 IT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세금면제,수도권규제 배제,외환거래 자유화 등의 특례가 적용된다. 이미 여러 외국 기업이 입주를 타진하고 있다는 반가운 얘기도 들려 온다.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한 외부의 화답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견실한 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이 좋은 지역뿐 아니라 생산요소의 이동과 활용이 자유로운 지역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자유로운 투자,높은 수익성 말고도 새로운 기업 운영시스템과 그를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법제를 찾는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시도하고자 하는 기업일수록 기본적인 법과 원칙이 확실하게 지켜지는 곳을 선호한다. 그들의 내부통제시스템상 이러한 고려는 필수이고 경영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대내외적인 책임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과거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 또는 관치금융에서 비롯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수의 특례가 도입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납입한 자본의 범위 안에서만 책임을 지는 주주유한책임제도는 자본주의적인 모험정신을 조장하는 근본 틀이라 할 수 있는데,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에게는 이 외에 다른 금융업의 진출을 허용하지 않는 제재가 가해진다. 이와 같은 제재 특례는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국제적인 금융기관 투자자의 눈에는 법제의 기본 틀이 존중되지 않는 한 예로서 비춰지게 된다. 이러한 사례는 계약과 회사제도가 복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는 90년대까지 유배당보험 위주로 영업해 오면서 계약에 따라 감독당국의 승인을 얻어 보험계약자에게 배당을 실시해 오고 있다. 말이 배당이지 사실은 일종의 보험금이다. 보험계약자가 보험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수익은 보험사의 자산운용실적에 의해 가변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약자는 주주가 아니다. 그러나 보험계약자에게 주주와 같은 지위를 인정한 적이 있었다. 물론 보험사들이 자산재평가를 할 수 있도록 특례를 인정한 데 대한 일과성 조건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도 법제의 근본 틀을 의심케 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은 새로운 운영시스템에 적합한 장소를 찾는다. 기능별로 기업군을 형성하고 그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지역에 회사를 설립한다. 이 경우 기업군내 거래가 있게 되는데 이러한 거래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세제를 갖춰 주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전가격세제가 보완되고 연결납세제도가 하루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 특히 금융기관은 많은 경우 지주회사체제를 유지하고 그룹 내에서 빈번하게 거래하는데 부가가치세 측면에서 거래로 보지 않는 'VAT 그룹'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EU에서 널리 통용되는 이 제도는 납세협력비용을 줄이고,면세사업자인 금융기관이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해 채산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동북아의 금융허브를 지향한다면 우리는 직접투자뿐 아니라 포트폴리오투자도 고려해야 한다. 국제 펀드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를 단순화하는 것이 긴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펀드에 대한 과세는 신탁의 법리를 원용하여 이루어지고 있을 뿐 단순하고 명료하게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조속히 정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무릇 제도는 정책과 그것이 반영된 법제로 구성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그 법제를 기안하고 운영하는 정부당국의 인식과 자세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동북아 금융과 물류의 중심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 당국자들은 개별 기업의 미시적인 의사결정과정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