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지연으로 소득이 줄어들자 서민들이 은행의 적금에 이어 보험까지 해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 침체시 금융 상품들 중에서 납입 원금에 비해 환급금이 작아 해약 순서가 가장 늦은 생명 보험의 해약률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일반 가계의 소득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이 민주당의 조재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3개 생명보험사들의 2002회계연도(2002.4∼2003.3) 효력 상실 해약률은 14.8%로 앞선 회계연도의 13.9%보다 0.9% 포인트가 높아졌다. 외환 위기가 발생했던 97회계연도에 28.1%였던 생명 보험사의 효력 상실 해약률은 외환 위기 이듬해인 98회계연도에 29.4%로 증가한 이후 99회계연도 20.5%, 2000회계연도 15.9% 등 2001회계연도까지 계속 감소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경기 침체로 일반 가계의 소득이 줄자 보험료를 장기간 내지못해 계약이 자동 해지되거나 가계 대출과 카드 빚 상환 등을 위해 계약자 스스로해지하는 경우가 늘어 보험 해약률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생보사별 해약률 증감 상황을 보면 해약률이 앞선 회계연도에 비해 늘어난 회사가 18개로 줄어든 회사보다 훨씬 많았고 카디프의 경우 해약율이 23% 포인트나 증가했으며 한일생명도 11.3% 포인트나 높아졌다. 보험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2003회계연도에도 해약률이 계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보험개발원과 생보 업계에 따르면 2003회계연도가 시작된 4월과 5월의월 평균 해약 건수는 84만3천940건으로 앞선 회계연도의 월 평균 75만3천998건보다11.9%가 늘어나 보험 해약률의 지속적인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조 의원은 "보험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납입 금액보다 엄청나게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 해약률 증가는 일반 가계의 소득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고 "정부 차원의 서민 생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5월까지 조흥, 우리, 제일, 외환, 신한,한미, 하나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의 월 평균 적금 해약 건수와 금액은 지난해의 월평균에 비해 은행별로 1.5∼57.1%가 증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