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회원국 정부는 연령상의 차별을 철폐하고 고령 노동자의 취업을 장려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조기 퇴직으로 인한 연금 수혜자의 증가로 연금운용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다 연금수준이 평균임금에도 미치지 못해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으며,삶의 터전을 상실한데 따른 심리적 좌절이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여러 나라와 일본과는 달리 조기정년과 함께 노령화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의 노인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세계에서 가장 단기간내 노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전체 인구중 65세 이상의 노인비율이 8%에 육박,이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어서다. 일하고 싶은 의사와 능력이 있으나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쪼들리는 형편이어서 사회의 불만그룹으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노인들에 대한 일자리 창출은 시급한 과제로 떠올라 있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실버농업'이 거론됐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주말 개최한 '고령화시대를 대비한 실버농업 개발'이라는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실버농업은 노령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아울러 부족한 농촌 일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 3백70여만명 중 절반이 넘는 57.5%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근로능력 역시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이들을 농촌 테마마을로 유치해 작업강도가 약한 작목을 선택토록 한다는 것이다. 실버농업에 적합한 영농으로는 토지의존도가 적은 양봉 분재 버섯 양잠 등이 제시됐다. 아직 아이디어 차원인 실버농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을 선정하고,농진청은 영농기술교육에 앞장서고,정부는 자금지원에 나서야 한다. 실버농업이 정착된다면 노령자들의 외로움과 은퇴의 두려움을 어느 정도 탈피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것으로 생각된다. 또 도시의 인구분산효과도 기대된다. 노령자들이 농촌의 쾌적한 자연 속에서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가꿀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성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