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는 '컴퓨터 바이러스'라고 하면 저절로 떠오를 만큼 친숙한 이름이다. 창업자인 안철수 사장이 개발한 국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의 대명사인 'V3'는 국산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아마도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생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회사 홈페이지(www.ahnlab.com)에 접속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의학박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안 사장이 V3를 처음 개발한 것은 15년 전.서울대 의대 박사과정 재학 중 자신의 디스켓이 '브레인'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밤을 새우며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것이 계기가 됐다. 돌연 '컴퓨터 의사'로 변신하게 된 안 사장은 지난 95년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하고 V3를 상용화하기에 이르렀다. 안철수연구소는 이처럼 설립 당시엔 백신 전문업체로 출발했지만 최근엔 통합보안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시장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통합보안 분야로 사업영역을 발빠르게 넓혀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작년 말 바이러스 차단,방화벽,암호화·접근제어 기능을 통합한 클라이언트 보안솔루션 'ACS'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엔 통합보안관리 솔루션 'APC 2.0'을 내놓았다. '저비용,고효율'을 강조하는 이 제품은 기업의 전산관리자로 하여금 회사 내 개별 PC의 보안상태를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물론 백신 시장에서는 여전히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이 60%를 넘어선다. 또 다른 토종 백신업체 하우리까지 합하면 국내업체들의 점유율이 80%에 이른다. 외산제품들이 장악한 일본,동남아 등 다른 아시아 시장과는 뚜려한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해외시장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2월 일본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 들어선 지난 3월 중국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안 사장은 "보안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국내 시장은 아직도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현재의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려면 1∼2년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서는 고부가가치 통합보안시대를 적극적으로 열어나가는 동시에 해외시장 개척에 힘쓴다'는 게 그의 경영전략이다. 안 사장은 "일본의 경우엔 부침이 좀 있었지만 올 하반기부터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시점은 내년쯤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순항 중이다. 안 사장은 "올 상반기에만 60만달러를 중국시장에서 벌어들였다"며 "연말까지 1백50만달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