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올 임단협이 역대 최대의 찬성률로 최종 타결됨에 따라 이번 임단협 타결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주축'인 현대차의 `향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임단협 합의로 노조원들이 조업에 복귀, 한 달넘게 차질을 빚었던 내수와수출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지만 `2008년 글로벌 톱 5 진입' 목표를 천명하고 있는현대차의 중장기 목표 추진에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업계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강도높게 제기되고 있다. 해외 투자 등 경영상 주요 사안들에서 일일이 노조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만큼 일정 자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데다 파격적인 임금인상과 주5일제 도입 등에따른 비용 상승 역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 등 외국계 차업계가 신차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있어 이들 업체의 풀라인업 구축이 예고돼 있는 2005년께는 그동안 부동의 1위를 고수해왔던 현대차의 위상도 상당부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대차에서는 오히려 이번 임단협 타결에 따른 고용안정과 투명경영을바탕으로 한다면 `글로벌 톱 5 진입' 목표 달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강조하고 있다. ◆현대차의 중.장기 구상 = 현대차는 현대.기아차 차원에서 2008년까지 전세계에서 500만대 생산체계를 구축, 글로벌 톱 5 진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런 목표는 당초 `2010년'에서 2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앨라배마 공장이 지난해 4월 기공식을 갖고 2005년 상반기부터연간 30만대 규모의 생산체제로 가동에 들어가며 인도공장과 중국공장도 증산 계획을 갖고 있다. 또 현대차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공장 설립 방침을 사실상 확정, 현재 본격적인 부지 검토 작업에 들어갔으며 남미와 동남아, 중동지역 등 생산기반이 없는지역에도 순차적으로 공장을 건설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매출목표를 65조2천억원으로 지난해(56조4천억원)보다 15.6% 가량 늘려잡았고 투자목표도 5조2천300억원을 책정, 지난해(3조1천600억원) 대비 65.5%나 늘렸다. 투자 가운데 연구개발(R&D)도 지난해 1조5천100억원에서 올해는 2조2천500억원으로 49% 확대키로 한 바 있다. ◆임단협 타결로 중장기 전략 `이상기류' 띠나 = 현대차는 이번 임단협에서 해외공장 설립이나 공장 합병 및 이전, 희망퇴직 등 경영상 주요내용에 있어 노조와의공동결정을 전제로 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다음달부터 '기득권 저하 없는(조건없는) 주5일제'를 전격 실시키로했고 파격적인 임금인상에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해외진출이나 외자유치시 의사결정의 속도와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가능성이 높고, 극단적인 경우 노조가 반대하면 계획 자체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없어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에도 제동이 걸리기 십상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 지역을 비롯한 앞으로 예정돼 있는 해외 공장의 추가 건설이 난항을 겪을수 있으며 해외기업도 투자를 망설이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현대차가 올 초 다임러 크라이슬러와의 상용차 합작법인 설립에 대해 이사회 통과 절차까지 완료하고도 노조의 반대로 현재까지 수개월째 합작법인을출범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충분한 근거를 갖고있다. 이번 임단협 타결에 따른 1인당 임금인상 효과는 지난해 대비 9-12%에 이르며주5일제 시행으로 인한 회사의 손실액은 연간 1천17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올해의 경우 한 달이 넘게 진행된 파업으로 10만4천895대의 생산차질을 초래, 1조3천851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상태여서 비용면에서도 적지않은 타격을받았다. 이와 함께 현대차가 해마다 R&D 투자를 늘리고 있긴 하나 현대차의 지난해말 기준 총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3.5%로 포드 5.7%, 혼다 5.5%, 도요타 4.5% 등의수준에 못미치고 있는 점도 현대차가 톱 5 진입을 위해 가야할 길이 아직 먼 상태임을 나타내 주고 있다. 선진 차업체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하이브리드나 연료전지 차량 등 친환경적 대체 차량 양산도 현대차는 2010년이후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등 해외 글로벌 업체에는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이밖에 GM대우나 르노삼성 등 외국계 기업 인수업체가 모그룹의 풍부한 기술력등의 전폭적 지원으로 급성장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위협적 요소가 되고 있다. ◆현대차 "문제 없다" 자신감 = 그러나 현대차는 근로자의 고용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노조와의 협의 절차를 보다 제도화한 것일 뿐이어서 오히려 노사화합을바탕으로 생산성 향상의 기틀을 다졌다는 입장이다. 이미 회사 경영진들이 `해외 공장 건설은 전체적인 파이를 늘리자는 것이지 국내 생산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내 생산설비 유지 방침을 여러번 밝힌 바있어 앞으로 추가 투자계획 수립에 있어서도 노조에서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것이다. 주40시간제 실시도 기존의 42시간에서 불과 2시간 줄어드는 것이어서 매출액 대비 손실액의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며 임금인상도 생산성 향상으로 충분히 보전될 수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당장 7일부터 라인을 풀가동, 내수와 수출 차질분 만회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협상에 따른 영향을 미리 속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며 "결과로판단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임단협 타결이 현대차에게 `독'이 되느냐 아니면 `약'이되느냐 여부는 힘을 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사간 노력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