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작년 이맘 때의 절반 값이네." 지난 6일 서울지하철 2호선 강변역 테크노마트.디카(디지털 카메라)를 사기 위해 이곳을 찾은 제일기획의 양승원 대리(30)는 가격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디카 값이 내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내림폭이 이렇게 큰지는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변한 것은 가격만이 아니었다. 모양과 크기 디자인이 모두 예쁘게 변했다. "작년에 산 디카는 요즘 것에 비하면 투박한 탱크 같네요." 양 대리는 일찍 디카를 산 걸 억울해 했다. 이날 '양 탱크'가 테크노마트에 온 이유는 여자친구에게 줄 디카를 고르기 위해서다. 여자친구는 물론 그녀의 가족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를 디카로 잡겠다는 '흑심'이 발동한 것.양 대리는 탱크에 대한 억울함을 달래가며 디카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 올초보다 무려 30% 내려 학생들을 위한 2백만화소대 제품은 20만∼30만원.올 초만 해도 30만∼40만원에 거래되던 상품.3백만화소는 30만∼40만원 수준.지난해 1백만원대였던 전문가용 5백만화소 제품은 80만∼90만원으로 값이 내렸다. 여자친구가 원하는 것은 중간 가격대의 무난한 제품. 양 대리는 3백만화소대의 제품으로 눈을 돌렸다. "소니 니콘 캐논 제품이 아무래도 잘 나가죠.가격도 반년 새 15만원 정도 떨어졌습니다. 35만원 내외면 무난하게 사실 수 있어요." 매장 5층에 위치한 우정전자의 점원이 친절하게 3백만화소대 디카의 가격을 설명했다. 화소별로만 가격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디자인이나 크기도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사진기인지 장난감인지 모를 만큼 앙증 맞은 초박형 디카는 똑같은 사양이라도 일반 디카보다 10∼15% 정도 비쌌다. 점원은 "작은 디카는 여자손님들이 즐겨 찾는다"며 "카시오와 소니 펜탁스의 제품이 특히 잘 나간다"고 귀띔했다. 초박형 소니는 41만원,카시오는 47만원,펜탁스는 45만원 등이다. 다양한 디카 제품을 본 뒤 구입하려면 백화점 할인점보다 테크노마트 전자랜드 하이마트 등 전자제품 전문점을 찾는 것이 포인트.이곳에는 모델과 디자인이 다양한 게 특징이다. 또 제품구입에 달려나오는 보너스(다양한 주변기기)를 공짜로 받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터넷몰 구입도 해볼 만하다. 제품의 가지 수는 많지 않지만 사이트별로 한두가지 브랜드가 특화돼 있다. 예를 들면 LG이숍에 가면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후지제품의 디카를 찾을 수 있다. #불량한 화소여부 체크해야 양 대리는 후보감을 3∼4개 골라놓은 다음 디카의 세부 사항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나 디매니아(dmania.intizen.com) 등 디카 전문 사이트들에서 얻은 정보들이 하나 둘씩 떠올랐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불량화소의 유무.양 대리는 손바닥으로 렌즈의 앞부분을 가린 후 셔터를 눌러봤다. 그 중 한 개 제품의 LCD창을 보니 하얀 점이 찍혀있었다. 빛의 색깔을 나타내야 하는 화소 중 몇 개가 죽어있었던 것.점원한테 얘기해 정상 제품으로 바꿨다. 정품 확인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밀수품을 잘못 사면 고장수리가 어렵다. 정품 스티커와 품질보증서,한글 설명서 등이 제대로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영세한 업소에서 지나치게 싼 가격에 디카를 내놓는 경우 밀수품이 많아요. 디카에 표기돼 있는 글씨나 카메라 세팅부분의 메뉴가 일본어로 돼 있는 것은 모두 밀수품이죠." 양 대리는 의기양양하게 LCD창이 큰 제품을 골랐다. 그러자 점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LCD창이 크면 전력소모가 심해 전원이 빨리 끊어진다는 것.디카가 전력을 많이 먹기 때문에 1.8인치 크기가 적당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삼각대 등 주변기기도 살펴야 양 대리는 고민 끝에 소니 쿨픽스 3백만화소 제품을 골랐다. 다음 순서는 주변기기 살피기.양 대리는 일단 메모리스틱부터 살폈다. 64M(메가바이트).양 대리는 혹시 야외로 나갔을 때 메모리가 모자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64M짜리 메모리 스틱을 1백28M로 바꿔달라고 주문했다. 1백28M면 정밀 사진을 1백장 이상 찍을 수 있는 용량이다. 디카예산으로 준비한 40만원 중 2만원을 남긴 양 대리는 여자친구에게 꽃도 선물할 예정이란다. 글=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