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올 임단협에서 노조의 경영 참여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과 관련, 재계와 현대차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재계는 경영 주요사항에 대해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한 노조의 거부권을 인정, 경영권의 본질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우려를 금치 못하는 반면 회사측은 회사 경영상 핵심적 권한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반격을 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노조의 지나친 간섭으로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의 도약에 급제동이걸릴 수 있다고 심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회사측은 오히려 이번 임단협에서 약속한고용안정과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한다면 `글로벌 톱 5' 진입은 한층 더 가까운미래에 이뤄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사 합의 내용 = 현대차 노사는 지난 4일 열린 27차 본협상에서 "조합 전임자의 전임 기간 해고는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으며 국내외 경기 변동으로인한 판매부진 및 해외 공장 건설과 운영을 이유로 조합과 공동결정 없이 일방적인정리해고,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노사는 또 ▲이사회 개최시 회사가 이를 조합에 사전 통보하고 ▲국내공장의 생산물량을 2003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이에 따른 제반 시설과 연구시설을 유지, 보장하는 한편 ▲수요부족과 판매부진 등을 이유로 국내 생산공장을 노사공동위원회의심의, 의결 없이 축소 및 폐쇄할 수 없으며 ▲정규인력은 58세까지 정년을 보장해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함께 신기계.신기술 도입, 신차종 개발 및 차종 투입, 사업의 확장, 합병,공장 이전, 일부 사업부의 분리, 양도시 노사간 심의, 의결하도록 한 기존의 단협내용은 90일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보다 구체화됐다. 신차종의 연구개발 기간 및 프로세스 변경에 따른 업무량 조정에 대해서도 회사가 분기별로 1회씩 조합에 설명해주기로 했다. ◆재계, `경영권 침해' 우려 =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7일 이례적으로 연달아 성명서를 내고 현대차가 노조의 경영 참여 요구를 일부 수용한데 대해 깊은우려를 표명했다. 재계는 회사측이 사실상 경영 주요사항에 대해 노조의 거부권을 인정, 헌법상의재산권 보장과 민.상법상 주식회사 제도가 보장하는 주주의 경영권 본질을 침해하고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노사간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해도 법이 보장하는 기업제도의 기본취지에 반한다는 점에서 향후 위헌 내지 위법의 소지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것. 회사가 신기계.기술 도입, 신차종 개발, 사업의 확장.합병.분리.양도, 공장의이전.축소.폐쇄, 정리해고 및 희망퇴직 조차 노조의 간섭을 받을 경우 경영 자체에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해외 공장 건설이나 외자 유치 등에 있어서도 계획이 지연되거나 추진에 어려움을 겪기 쉽상이어서 국제 신인도에도 타격을 줄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초 다임러 크라이슬러와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해 이사회통과 절차까지 완료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현재까지 수개월째 합작법인을 출범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2010년 `글로벌 톱 5'를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차의 중.장기 목표마저 흔들리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현대차, `경영권 침해는 지나친 확대해석' = 현대차는 이번 임단협 합의로경영권이 일부 제약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적으로 경영권이 훼손될 것이라는 재계의 걱정은 `기우'이자 `확대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일단 현대차는 노조의 경영참여의 핵심인 `노조간부의 이사회 참석'과 `징계위원회의 노사 동수 구성' 부분이 이번 임단협 합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일반적인 투자를 비롯, 정상적 경영활동은 회사 경영진의 판단대로 하되 근로자들의 고용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사후 노조와의 협의절차를 보다 제도화함으로써 오히려 노사화합을 기반으로 한 생산성 향상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다. 회사측은 이번 노조와의 합의로 해외공장 설립과 사업의 확장, 합병, 공장 이전등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연결되는 핵심사항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이 사실이다. 또 정리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없고 58세까지 정규직의 정년을 보장키로 한 것도 회사로서는 적지 않은 추가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러나 이미 기존 단체협약 내용에도 신기계.기술의 도입, 신차종 개발 및 차종이관, 작업공정의 개선, 인력 전환 배치 등의 사항은 계획 수립 즉시 회사가 조합에통보한 뒤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 심의.의결하는 한편 사업의 확장과 합병, 공장이전, 일부 사업부 분리 등에 대해서도 노사간 심의, 의결을 거치도록 명문화돼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마련돼 있던 단협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차원일 뿐 완전히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라며 "고용안정과 노사간 상호 신뢰를 담보로 한 생산성 향상이 회사 경쟁력의 관건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합의내용은 충분히 긍정적으로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