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현대아산은 정몽헌 회장의 급작스런 사망이 남북교류에 타격을 미칠 것을 우려, 서둘러 '중단 없는 남북경협 사업'을 거듭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사업이 지금과 같은 조건이라면 누가 맡아 하든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금강산관광 사업은 사업주체의 능력 유무를 떠나 전혀 경제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돈을 벌기는 커녕 매년 수천억원의 현금을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정 회장의 사망을 계기로 경협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현대그룹은 사실 지난 98년 관광사업에 뛰어든 이후 지금까지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만년 적자인 사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묘안도 없다.


북한은 지난 98년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맺었던 관광사업 계약조건을 전혀 바꿀 의사가 없다.


그나마 여러가지 이유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대외신인도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지난 몇년간 정부로부터 끊임없이 대북사업 참여요청을 받아온 삼성 관계자는 "남북한 평화와 번영이라는 명분도 좋지만 일개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라며 "현대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들이 대북사업을 꺼리는 것도 경제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 금강산관광 사업은 '밑 빠진 독'


지금까지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대가로 지급한 돈은 총 3억8천9백만달러.


2005년초까지 6년간 9억4천2백만달러를 주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또 바닷길을 통한 금강산관광의 경우 관광객 1인당 1백달러씩 입산료를 지불해 왔다.


그동안 누적 관광객수가 52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5천2백만달러가 건네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연간 관광객 수는 '손익 분기점'인 20만명에 턱없이 못미친다.


2000년 한해 21만2천20명을 기록했던 관광객 수는 2001년에 5만8천8백33명, 지난해엔 8만7천4백14명으로 주저앉았다.


올해엔 북한 당국이 사스 확산을 문제 삼아 지난 4월말부터 7월초까지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하면서 1만2천명 선에 그치고 있다.


현대측은 사업적자를 메우기 위해 관광공사를 끌어들여 온정각과 온천장 일부를 팔았으며 정부로부터도 남북경제협력기금을 통해 4백50억원의 관광경비를 보조받았다.


그렇지만 지난 5년간의 관광사업 성적표는 참담하기만 하다.


자본금 4천5백억원짜리 현대아산의 자본금은 완전히 바닥났고 현대상선도 3천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뿐만 아니라 관광대가로 북한에 추가로 지급해야 할 돈 5억5천3백만달러도 마련할 길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북한이 더 이상 현대측과 거래하는데 매력을 못느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북한 당국은 대북송금 특검으로 곤경에 처한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을 줄곧 '엄호'해 왔지만 정작 사업을 활성화하고 키우는 데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연초 외신들로부터도 크게 조명을 받았던 육로관광사업은 도로정비를 이유로 단 한번만 실시된 뒤 중단됐다.


사스로 인한 해로관광 중단 역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이 현금력이 없는 현대 대신 다른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무성한 것이 현실이다.



◆ 개성공단 경제성도 의문


현대아산과 토지공사는 개성공단을 평당 10만∼20만원에 분양한다는 방침이다.


김진호 토지공사 사장은 "공단 조성원가는 평당 39만원선이지만 공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0만∼20만원선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근로자 1인당 임금은 75달러(사회보장성 보험 포함)로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분양가를 낮추려면 외부 기반시설 비용 1천95억원을 지원해야 하고 북측도 평당 8달러의 토지임대료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


당초 개성공단은 현대가 지난 2001년 '문제의' 5억달러를 북한에 송금하면서 50년간 토지 무상이용권을 획득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 와서 북한이 임대료를 받겠다는 것은 계약위반일 뿐만 아니라 사업 전반의 경제성을 재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임금이나 분양가가 싸긴 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입지가 우월하다는 보장도 없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중국에서 평당 20만원짜리 공단에 들어가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며 "개성공단이 단기간에 그만한 인프라를 갖추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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