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를 삼성그룹에서 분리시키도록 권유했다"고 밝힌 것은 생각해 볼 점이 적지 않다. 기업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사안인 이런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장이 왈가왈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일인지 우선 의문이 없지 않다. 공정위측은 지난 4월초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4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있었다고 밝히면서도 '강 위원장의 개인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의 만남이 사적(私的)인 것일 수 없다고 본다면 그런 자리에서 책임있는 공직자가 한 말을 '개인의견'이라는 해명 한마디로 그냥 넘겨버리고 말 일이 아니다. 그런 '권유를 했다는 사실을 3개월 이상 지난 지금 와서 다시 분명히 하려는 사람이 바로 강 위원장 자신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강 위원장은 특정그룹에 대해 특정회사를 계열분리하라는 등의 요구를 공정거래위에서 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솔직히 말해 우리는 의구심이 없지않다. 한도를 초과한 출자를 해소하라고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어떤 회사를 계열분리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공정위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강 위원장의 경제현실에대한 문제의식,그리고 경제정의 실천을 위한 의지와 오랜 노력을 평가하는데 인색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과연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 없지않은 것도 사실이다. 교수나 경제평론가는 언제 어디서든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개진해도 좋지만 책임있는 행정기관장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번 삼성전자 관련 발언도 그렇다. 그렇게 요구하고 밀고나갈 권한도 없으면서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고,또 그렇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공정위 내부의 의사결정도 없이 단순히 개인의견을 피력한 것이라면 이 역시 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마디 더 덧붙인다면,강 위원장은 우리나라 공정위를 다른 나라처럼 법무부 쪽이 아니라 경제부처로 설치한 까닭도 직시해야 한다. 공정거래정책도 다른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개혁과 경기는 별개'라는 식의 인식은 문제가 있다. 한쪽에선 기업투자의욕에 고심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급하지도 않은 사안을 들고 나와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엄청난 과징금을 물리는 것은 결코 잘하는 일이라 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