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베이징자동차와 합작, 설립한 베이징현대차 공장.2개 동으로 구성된 공장 내부는 요즘 어수선하다. 생산라인은 일제히 멈춰 서 있고 그 대신 3백여명의 인부들이 굴삭기를 동원해 바닥을 뜯어내고 천정에 설치된 장비를 해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파업으로 인한 조업중단은 아니다.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5만대에서 30만대로 대폭 확대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베이징을 최대의 해외 생산기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중국비전을 현실화하는 현장이다. 하지만 베이징 현대차는 1단계 증설공사가 끝나는 오는 6일 조업을 재개하면 당장 부품 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일부 엔진부품의 재고가 5일분 밖에 없어 한국 본사 파업이 장기화되면 조업이 어려워질 것"(임영득 생산기술 이사)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본사로부터 핵심부품의 공급이 끊기면 이를 즉시 다른 회사 부품으로 대체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게 현실이다. 엔진부품은 더욱 그렇다. 임 이사는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본사 파업의 충격을 덜기 위해서라도 현재 60% 수준인 중국내 현지화율(부품 조달비율)을 더욱 높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베이징현대차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는 핵심부품 비중을 늘리고 중국내 부품 협력업체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투자 자제를 외치는 현대차 노조의 요구가 오히려 해외투자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셈이다. 실제 베이징현대차 공장 후문 오른 켠에는 엔진 생산공장 공사가 진행중이다. 최성기 베이징현대차 기획담당 이사는 "상승세를 타던 베이징현대차의 신인도가 본사 파업으로 흔들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쏘나타를 첫 출고한 이후 지난 6월 중국 자동차업계에서 최단기간내 2만대 돌파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의 베이징현대공장 방문이 중국언론에 집중 보도된 것도 쏘나타 인기몰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베이징 언론들은 현대차 파업소식을 크게 다루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베이징현대차 공장이 멈춰서야할 상황에 이르면 중국 고객이나 직원들의 동요가 불가피할 것이고 본사 파업에 따른 베이징현대차 공장의 가동 중단이 중국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연히 판매 전선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중국측 경영진들은 파업으로 공장이 설수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만일 공장이 멈춰서면 뭐라고 설명해야할지…."(최 이사) 쾌속질주 하던 베이징현대차가 본사의 파업 여파로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처지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