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이 직원 채용시 `노비문서'에 가까운 서약서 제출을 강요해 논란이 되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부분 직원들에게 입사나 근로계약 갱신시 상사지시에 따르고 비밀을 누설하지 않으며 손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국민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은 서약서에 굴욕감을 주는 표현과 함께 고용 보장 권리의 포기를 강요하는 내용까지 포함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국민은행의 서약서에는 '상사의 정당한 지시에 복종하겠습니다' '업무상 명령에절대 불평 없이 순종하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들어 있다. 또 `서약 사항을 위반해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금전상 손해를 끼치면어떤 처벌도 감수하겠습니다'는 항목도 있고 계약직 직원들에게는 계약기간 만료 후재계약이 체결된 경우라도 계속 근무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강요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고객의 돈을 다루는 금융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서약서 작성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법 규정에 어긋나는 내용들은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법률과 판례에서 과도한 처벌은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여러 차례 재계약이 이뤄져 상당 기간 근무한 경우에는 고용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데도 은행이 이 같은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또 반인권적 문구나 서약서 강요로 직원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정당한 권리 요구를 차단하는 것은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민주노총 법무센터는 노예계약서 같은 표현 등으로 인해 인권이 침해받았다고느낄 경우 인권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 지식이 부족한 개개인이 서약서가 구속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정당한권리를 주장하지 못했다면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도 있다고 법무센터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공인노무사의 자문을 받아 작성한 서약서로 법적 효력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하고 "다만 몇몇 구태의연한 문구는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고용인이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 사항을 다시 강조하는차원에서 서약서를 받는 것은 상관 없지만 굳이 모욕감을 주고 불만을 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고 "특히 창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계약직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서비스가 부실해지고 은행 경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