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밖으로 국채수익률 급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전세계적인 국채수익률의 동반 상승현상을 주도하는 곳은 미국시장이다. 10년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7월 한달간 무려 0.8%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지난 수년 동안 보기 힘들었던 가파른 상승세다. 우리나라도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올 최저 수준 대비 0.7%포인트 이상 올랐다. 종전과 다른 점은 만기에 관계없이 모든 국채수익률이 상승하고 있지만 유독 만기가 긴 장기국채일수록 수익률이 올라가는 현상이다. 이제는 대부분 국가에서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은 '단고장저(短高長低)'의 왜곡된 금리구조가 '단저장고(短低長高)'의 정상적인 구조로 환원되고 있다. 국채수익률이 급등하는 데에는 경기 요인보다는 채권수급 불균형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종전과 차이 나는 점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3ㆍ4분기 1천40억달러, 4ㆍ4분기 1천2백60억달러의 국채발행 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앞으로 국채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장기국채 위주로 수익률을 급등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투자자들의 성향이 바뀌고 있는 점도 원인중 하나다. 2000년 하반기 이후 대내외 금융시장이 3년간 침체됨에 따라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flight to quality)이 지속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resort to risk)이 뚜렷해 지는 과정에서 보유물량이 출회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테크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국채수익률의 급등현상을 과연 채권덤핑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시각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이미 채권덤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채권수익률이 급등한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투자 주체들이 갖고 있는 채권보유물량은 적정수준보다 많은 '과다' 상태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증시와 경기가 받쳐준다면 채권과다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높아져 채권을 팔기 위한 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높다. 채권덤핑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 궁금한 것은 장기채 위주의 채권수익률 상승현상을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정상적인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 형성될 때는 경기회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최근 들어 장기채 위주로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정상적인 금리구조를 되찾고 있는 것은 그만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우리의 경우 아직까지는 경기요인보다는 미국의 국채수익률 상승에 따른 동조적인 성격이 강하다. 한편 달러당 1천1백80원 내외선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은 당분간 이같은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이후 수출호조와 외국인 자금의 추가유입 가능성, 국내은행들의 해외차입 등을 감안하면 외화수급면에서는 원화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대외적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바탕으로 엔화 환율이 1백20엔대에 재진입하고 있고 외환당국의 환율유지 노력으로 시장참여자들의 달러화 보유심리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 4ㆍ4분기의 경우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인 3.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만큼 달러화 강세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연말 환율에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달러당 1천2백원 내외선에서 잡으면 무난해 보인다. 한상춘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