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五六盜)와 사오정(四五停)이라는 유행어를 모르는 50대는 없다. 50대는 모두 일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최근의 세태를 반영한 자조 섞인 신조어이다. 평일에 지하철에서 등산복 차림의 건장한 남자들을 보는 것이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니 이 유행어가 실감이 난다. 오늘날 50세에 다다른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6·25전쟁 이후 베이비붐을 이루며 세상에 태어나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유년 시절을 지내고,군사독재와 싸우는 학창시절을 거쳐,무엇보다도 경제문제 해결이 최우선시돼야 한다는 일념으로 청춘을 일터에서 불살라 버린 세대가 아닌가? 또한 세계에서 보기 드문 높은 성장률을 만들어 내고 후세대들로 하여금 정치의 민주화를 추진할 수 있게끔 터전을 닦아 놓은 것도 그들이 아닌가?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는 접어두기로 하자.신세대들에게는 그것이 단지 과거지사일 따름이니까. 그러나 50세에 일자리를 떠나는 이들이 많을 수록 우리 경제는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그 부담이 결국 신세대의 몫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우리 사회가 지금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대로 전후 베이비붐 세대들이 50세에 이르면서 우리 인구의 연령구조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노령화돼 가고 있다. 더욱이 오늘날 신세대들의 출산 기피는 우리나라를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나라로 만들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우리의 인구 피라미드가 역삼각형의 모습을 띠게 한다. 이는 다시 앞으로 적은 수의 젊은 세대들이 보다 많은 노령 인구들의 생활을 책임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50세에 퇴직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앞으로 30년 정도의 생활을 무슨 수를 통해서라도 꾸려 갈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의학의 발전은 우리의 수명을 더 연장해 줄 것으로 보아 퇴직 후의 생존 기간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그들이 25세에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면 일한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일하지 않는 채 생활을 꾸려가야 한다. 퇴직 후에는 퇴직 전보다 소비를 줄인다고 가정하고서도 대충 계산할 때 일하는 기간 동안 벌어들인 소득의 절반 정도는 저축을 했어야 퇴직 후의 생활이 보장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나온다. 노후를 위해서 이 정도로 준비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최근 보도에 의하면 OECD 국가 중에서 늦은 나이까지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며 그 이유는 노후 대책을 세우지 못해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50세 이전에 직장에서 물러나야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이런 현상은 확대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노령인구의 생활을 보장하는 일은 경제성장이 빠를 경우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늘날 우리의 잠재성장률 전망은 4%대에 그치고 있다. 인구의 노령화가 확대될수록 잠재성장률은 더욱 감소될 것이다. 물론 지금부터 빠른 속도로 노인들을 위한 사회복지 시설을 확대해 나가는 계획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장률이 낮은 사회에서 복지사업에 국가 예산을 확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 갈 것인가? 무엇보다도 인위적으로 나이를 기준으로 직장에서 경험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 경력자들이 조기 퇴직한다는 것은 인적자원의 낭비이다. 물론 경력 있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회사에 남겨 둔다는 것도 비용이 드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나이에 따라 호봉이 자동적으로 올라가고 또 봉급을 무조건 올려 주는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 봉급이 어느 정도 수준에 달한 후에는 자동적인 호봉 상승은 없고 생산성의 평가에 의해 봉급이 주어진다면 개인의 선택에 따라 퇴사하거나 또는 낮은 봉급을 감수하며 회사에 머물러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노령화 사회의 진전에 따라 사회 전체적 저축률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성장률의 감소를 초래할 것이다. 노령층의 생활보장을 위해 높은 재정적 부담을 감당하기 보다는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연장해 줌으로써 세대간의 갈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도 올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