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겉보기에 깨끗하고 그럴 듯해 보이는 사업이다. 현대화된 서구형 점포여서 체면 깎일 일도 없다. 그러나 창업비용이 수월찮이 들다 보니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 하는 사업으로 알려져 선뜻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다. 요즘 같은 불황기엔 본전도 건지기 어려운게 아닌지 창업하고도 불안해 하는 사람도 많다. 편의점 사업의 장ㆍ단점은 무엇이고 본사와 어떤 계약관계에 있는지 수익은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 성공비결은 무엇인지 등 편의점 창업의 ABC를 살펴본다. ----------------------------------------------------------------- 지난 25일 오후 2시 서울 문래동 LG유통 본사 회의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편의점 LG25 사업설명회가 열렸다. 춘천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예비가맹점주 23명이 숨죽이며 설명을 들었다. 20∼30대 청년이 대부분이었다. 한 예비창업자는 "1억원을 투자하면 어떤 곳에 몇평짜리 매장을 열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귀엣말을 했다. 또 "투자대비 수익이 어느 정도 될 지도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LG유통 관계자는 "설명회 참가자가 작년보다 70% 이상 늘었다"며 좋아했다. ◆ 안전성 높은 생계형 사업 편의점은 과학적이고 시스템화된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2천개가 넘는 품목의 입출고 및 판매 자료를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이 과학적으로 처리한다. 거래선 개척에 신경쓸 필요도 없다. 발주하는 대로 본사가 상품을 배송해 준다. 날씨와 요일에 따른 인기상품 등 다양한 분석자료도 본사가 제공해 준다. 안전성도 높다. 독립점포나 부실 프랜차이즈의 경우 점포 10개중 8개는 폐점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편의점은 불황을 심하게 타지 않는 업종이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투자자금 규모도 의외로 크지 않다. 창업하는 사람이 점포까지 얻는 '순수가맹'의 경우 대략 1억∼1억5천만원이면 된다. '생계형 창업'인 셈이다. ◆ 성공의 필수조건은 '성실' 생각보다 힘든 사업이다. 꼼꼼한 매장관리와 아르바이트생 관리가 엄청난 스트레스다. 유통기한이 1∼2시간 남은 상품은 매대에서 빠짐없이 빼내야 한다. 성실한 아르바이트생은 생일까지 챙겨줘야 오래도록 일한다. 매일 같은 작업을 되풀이하는 것을 답답하게 여긴다면 편의점 장사는 반쯤 실패다. 유흥가 점포의 경우 심야에 골치 아픈 일이 자주 일어난다. 1년 3백65일 문을 열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 '돈쓸 시간이 없어 돈버는 사업'이란 말이 나온다. ◆ 투자비는 얼마나 되나 편의점 사업은 점포를 누가 구하느냐에 따라 크게 순수가맹과 위탁가맹으로 나뉜다. 점포를 점주가 얻으면 순수가맹, 본사가 얻어 점주에게 운영을 맡기면 위탁가맹이다. 업체에 따라 가맹1종, 2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투자자금이 부족하거나 일단 경험을 쌓고 싶은 사람들은 위험도가 낮은 위탁가맹을 선택한다. 어떤 가맹 형태든 투자항목은 크게 △점포임차비 △인테리어 및 집기비 △개점투자비로 나뉜다.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대로변이나 사거리 코너의 A급 입지 점포는 임대보증금(권리금 포함) 1억원에 월세 5백만원 이상 든다. 대로변 뒤나 이면도로 등의 B급 입지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백만원 수준으로 보면 된다. 인테리어 집기 간판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7천만원 정도. 본사가 모두 부담하는 경우도 있고 절반만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 개점투자비는 훼미리마트 2천2백만원, LG25 1천6백만원. 위탁가맹점은 예치보증금(1천5백만∼3천만원)을 따로 내야 한다. 종합해보면 순수가맹점(20평대 점포 기준)은 1억∼1억5천만원,전대가맹점은 1억∼1억2천만원, 위탁가맹점은 4천만∼5천만원이면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편의점 가맹점주와 본사는 통상 매출이익(이익률 30% 수준)을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다. 본사가 가져가는 몫(로열티)은 순수가맹(전대가맹 포함)에선 24∼35%, 위탁가맹에선 60∼70% 수준이다. 예를 들어 로열티가 30%인 경우 점포의 하루 매출이 2백만원이라면 매출이익 60만원중 점주는 42만원을 갖게 된다. 점주는 본사로부터 광열비 일부와 영업(매출ㆍ발주) 장려금 등을 지원받는다. 이것을 더하면 점주의 총이익이 나온다. 여기서 점포 월세, 인건비, 관리비, 수도광열비, 유지보수비, 전화료, 보험료 등의 비용을 뺀 나머지가 점주의 영업이익이다. 일반적으로 순수가맹점에선 한달에 4백만∼6백만원, 위탁가맹점에선 2백만∼4백만원의 영업이익이 나온다. 물론 점주가 하루 8∼10시간 일한다는 전제하에서다. ◆ 전문가 조언 편의점에선 입지가 중요하다. 경쟁점포 유무, 월세 수준 등도 중요한 변수다. 훼미리마트의 견병문 강남개발과장은 "C급 입지에서도 경쟁점포가 없으면 A급 만큼 수익이 날 수 있다"며 "흔히 유동인구를 중시하는데 절대적 조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LG유통 개발기획팀 이신금 대리는 "자신이 사는 곳에 좋은 점포 자리가 없다면 다른 곳에서 점포를 구하고 그쪽으로 이사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사업의 성패는 '사람 관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을 잘 관리하고 아르바이트생, 건물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 대리는 "월세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기 때문에 평소 건물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